요즘 애들은 고생을 안 해.
오늘도 커피는 잠들어 있는 세포들을 깨워준다. 산미가 가득한 아이스 블랙커피를 마실 때면, 종종 트로피칼 아일랜드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시큼하고, 새콤하며 때로는 씁쓸한 이 커피 맛은 입 속에서 신나게 비치 발리볼을 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톡톡 튄다. 심장과 멀리 떨어진 세포들은 각종 스트레스와 생각에 지쳐 잠자는 것을 좋아한다. 빈번하게 지각하는 학생을 둔 엄마처럼 커피는 때로 엄마처럼 세포들을 깨워준다.
최근에 영상을 하나 보다가 요즘 2030 MZ세대는 고생은 적게 하고, 고민을 많이 하는 세대라는 말을 들었다. 과거 세대들이 겪은 일이나 업무적 고됨을 덜 느끼고, 업무의 강도가 높아지면 이를 피하는 어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생에 비해 우리는 고민을 많이 그리고 깊이 한다. 아마, 수많은 MZ 들은 어떤 기업의 일부분의 부품이 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존중받는 객체로써 나아가고, 기회가 된다면 기업의 의사결정에 일부분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한다.
우리는 하라면 하고, 가라면 가는 세대가 아니다. 늘 다음을 생각한다. 이 업무가 나의 가치관 그리고 다음 단계로의 발돋움에 도움 또는 연관이 있는가와 아닌가로 구분한다.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다. 생존의 문제라고 해야 할까? 우리는 개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스스로를 홍보해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구성원이라고 할지라도 스스로를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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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농부의 자식은 농부를 하면 되고, 의사의 자식은 의사를 하면 되는 그런 세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나 사업가가 될 수 있고, 농부가 될 수 있고, 의사가 될 수 있다. 이런 직업을 갖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그 업무를 오래도록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느냐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고민한다. 인류 최초로 진로와 적성에 대해 고민한다. 지금은 예전처럼 이게 좋다고 하면 이거 하고, 저게 좋다고 하면 저거 하고 그런 시대가 아닌,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른 스스로의 선택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다. 인생 선배들이 MZ를 바라볼 때, "무슨 고민을 저렇게 많이 해, 일단 하기나 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재 2030은 이런 결정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세상의 변화와 하루아침에 문을 열고 닫는 사업체 그리고 가치관에 맞는 일을 찾고 그것을 잘하고 싶은 조바심 등이 모이고, 모여 그들의 선택을 망설이게 만든다. 선택지가 너무 많다. 그래서 그중 좋은 것을 택하기 위해 과거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게 당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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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MZ세대의 대표주자로써, 고민이 참 많다. 일단, 무엇이든 마음먹은 일을 시도해봐야 한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지만, 문제는 하고 싶은 것 그리고 되고 싶은 것이 참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세대의 대표적인 특징이 'N 잡을 갖는 것'이겠다. 단순히 하나의 직업만으로 자신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직업과 활동으로 여러 가지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사람을 단순히 하나의 직업만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검은색 옷만 입는 것이 아니라, "초록색, 빨간색 그리고 노란색도 입을 줄 알아요!"라고 다양한 직업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단 하나의 길로 인생을 정의해 버리면, 재미없잖아.
"인생은 단 한 번뿐인데, 이왕 사는 거 다양한 모습으로 신나게 살아가면 좋잖아!"
중요한 것은 N 잡러 가 된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굵은 심지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커피에 맛과 향에 산미가 가득하고, 과일향이 다채롭게 느껴진다고 해도 커피는 그 고유의 맛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커피는 커피가 갖고 있는 고유한 맛과 향이라는 굵은 심지를 갖고, 다양한 음료로 변신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카푸치노, 카페라테, 아포가토, 다양한 원두 등처럼 말이다. 중구난방으로 이것저것 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핵심을 갖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가 단단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뻗어나간다면,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가지에서는 분명 맛있는 열매가 맺어질 테니 말이다. 나는 포도가 좋다.
그러니, 나를 포함한 수많은 MZ세대와 인생 선배들에게 우리는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과 오늘보다 더 성장한 내일을 그리기 위해 고민하고,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수없이 고민하는 그 모습이 무릇 답답해 보일지라도 각자만의 방법으로 홀로서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이다.
"MZ 님들, 이럴 때일수록 급하면 안 됨. 천천히 주변을 그리고 본질이 무엇인지 바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