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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isbumpy May 07. 2022

덜 익은 고기를 맛있다며 속여 팔던 남자

이게 바로, 겉바속촉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매일 하루에 한 편 짧은 에세이 또는 칼럼을 써보자."라는 다짐이 무색하게 나는 제풀에 못 이겨 멈추고야 말았다. 늘 그렇듯이 초창기의 열정은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릴 만큼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그 열정이 나를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비록, 스스로 재가 될 정도로 불타버렸지만, 어쨌든 나는 이 열정 덕분에 비로소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바비큐를 할 때, 처음 올라오는 뜨거운 불길에 고기를 구우면, 겉만 새까맣게 그을러, 속은 날 것처럼 축축하다. 당신도 잘 알겠지만, 그것은 분명 먹을 수 없는 생고기다. 억지로 먹으려고 했다간 분명 배탈이 나고 말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쓰는 글과 이야기는 이랬던 것 같다. 먹을 수 없는 고기를 누군가에게 권하는 쓰레기였다. 스스로 고기를 구웠다는 것이 감격스러워 주변 사람들에게 한 입 맛보라고, 그리고 그들에게 맛있는 표정을 기대했다. 


그만큼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와 글에 대한 사랑은 꽤나 컸던 걸까? 사랑하면, 자랑하고 싶다. 자랑하면,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사랑했다. 뒤돌아보면, 내가 만든 모든 것들은 촌스럽고 구리다. 하지만, 그때는 그게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나는 매 순간 진심이었다. 이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늘 스스로를 의심했으니 말이다.



나는 한없이 부족하다. 영상을 만들고, 글을 쓰고, 오디오 장비를 만져본다. 세상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었으면 좋겠다. 정말 이상하다. 처음엔 분명, 나만 보려고 만든 것들이 누군가의 눈과 귀로 흘러들어가  멋진 리액션을 불러일으켰다.  볼품없는 글과 영상을 보고 말이다.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감정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어졌다. 맞다. 나는 중독되었다. 영상을 만들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이야기가   있는 매체는 모두 활용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 내가 정말 무엇을 주력으로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내가 하는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선택받는 그날이 오긴 오는 걸까? 잘 모르겠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벼락부자처럼 단숨에 내 작품들이 빠르게 알려져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는 상상을 하곤 했다. 개꿈이 진짜가 되었다면, 대중들은 과대광고에 속아 익지 않은 고기를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맛있는 것이라 속여 파는 미치광이 사기꾼쯤 되었겠다. 사실, 지금도 불씨가 고기를 구워도 될 만큼 따뜻해졌는지, 아직도 미친 듯이 뜨거운지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

.

그러니, 바람아 불어다오.

내 불씨가 꺼져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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