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준비인가요
사랑은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로부터 시작된다.
오랜만에 친구와 커피 한 잔을 했다. 잦으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보던 친구인데, 각자 일이 바빠지면서 만나는 횟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어제 우리는 한 달 반 만에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누구와 다름없이 평범하게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는다. 우리의 대화 주제에는 늘 '사랑'이 붙어있다. 때로는 사랑이 위대하다고 말했다가 지극히 어려운 것이라고 말하다가 또 사랑은 굉장히 가볍고 쉬운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매번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해도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불이 꺼질 틈이 없다. 마치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씨가 숨 쉬고 있는 아궁이 같다고 해야 할까? 언제든 바람만 불어넣으면, 활활 타오르는 그런 것처럼 사랑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우리는 늘 입을 모아 "사랑이 없으면, 삶이 의미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무슨 남정네 둘이서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 묻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늘 그렇듯이 사랑의 형태와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나누곤 한다.
대화 중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사랑이 참 위대하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별거 아니야. 사랑은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로부터 시작되는 거지. 아주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말이야."
... 그 말을 듣곤 두 손을 모아 턱에 괴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요즘 주변 사람들의 소개팅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런데, 그들 중 소개팅에 성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커다란 부와 명예 혹은 인성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소개팅을 통해 느낌이 별로였다 거나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거나 본인 스타일이 아니었다는 말을 한다. 혹은, 마음에 들었지만 아쉽게도 이후 만남은 지속하지 말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왜 이들은 만남을 통해 연애를 하고, 사랑으로 나아가기 어려운 것일까? 왜 그들은 모두 실패한 만남의 이야기를 갖게 된 것일까? 가만히 앉아 생각해본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소개팅'에서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개팅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친구의 대답에 있었다. 사랑은 아주 가볍고, 사소하며, 일상적인 것들, 지나가다가 어깨를 부딪힌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거나, 평소 운동을 같이하는 친구의 땀 흘리는 옆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등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소개팅에서 사랑을 찾으려는 이들의 시작은 비일상적인 만남이었고,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보단 가장 아름답고, 멋진 모습만을 내세운 모습으로 상대방을 마주했다. 그러니, 이곳에서 자연스러운 사랑이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같은 어려운 일이 된다.
자연스럽지 않은 환경과 외모, 사람은 아무리 편하게 대화를 나누려고 마음을 먹더라도 격식과 체면을 차리게 될 확률이 높으며, 소개팅이라는 짧은 시간의 만남 동안 상대가 마음에 들었다면, 그에게 자신의 좋은 모습을 급하게 설명하려다 보니 과시하게 되고, 되려 그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과시'라는 불쾌감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소개팅은 실패할 확률이 높은 진부한 만남'이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물론, 소개팅이란 단순히 연애를 넘어 좋은 조건의 상대를 만나 결혼이라는 목적지로 향하기 위한 발돋움일지도 모르겠다. 현대 사회에서 단순히 '사랑'만으로 결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금전적인 여유로움과 직장에서 얻는 워라밸 그리고 가족 문화 등 다양한 조건들이 조화롭게 이루어졌을 때, 누군가는 이를 성공적인 결혼이라 말할지 모르겠다. 근데, 그런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 있는가? 만약 있다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람이 당신을 만날 이유는 무엇인가? 이 모든 것은 되려 스스로를 깎아 먹는 저울질이다. 상대방이 나보다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면 그의 배경이 탐나고, 상대방의 조건이 나보다 낮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를 무시할 언행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는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파먹는 슬픈 저울질이겠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란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몇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어온 습관과 관습을 통해 형성된 성격과 언행은 쉽게 바꿀 수 없다. 사람들은 소개팅을 통해 '괜찮은 사람'을 만나기를 희망한다. 그와 사랑에 빠져 연애하고, 결혼하는 꿈을 꾼다. 그러나 이는 높은 확률로 실패할 것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소개팅에서 실패하지 않고, 좋은 사람을 만나 오래도록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연스러움'이겠다. 자연스러움이란,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자신의 자연스러움이 상대방에게 해가 되지 않으며, 본인이 가장 자연스럽게 숨 쉬고, 움직이는 공간에서 상대방도 잘 어우러지는지에 대한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좋겠다.
만약 소개팅을 해야만 한다면, 상대방을 자신이 평소 자주 가는, 나의 취향과 냄새가 가득한 카페로 초대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당신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며, 상대방을 최대한 편하게 대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곳은 본인에게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움이 묻어 나오는 개인적인 취향이 가득한 공간이니까. 만약, 상대방이 그곳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그 공간이 정말 좋다고 이야기한다면, 적어도 그의 시선과 감각은 나와 비슷한 사람이며, 다음번에도 비슷한 공간을 갔을 때 실패할 확률이 낮을 것이다. 또한, 그도 좋아라 하는 곳이라면, 불편하고 격식을 차려야 할 것만 같은 장소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온다면, 다음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당신이 모르는 곳보다 잘 알고, 평소 즐겨가는 곳에서 만남을 시작한다면 그 소개팅의 승패는 성공에 한 발 가까워질 수 있겠다.
세상의 모든 위대한 것들은 사랑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모두 사소한 일로부터 시작된다.
하나만 묻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소개팅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적어도 자발적인 소개팅 참여라면, 나는 당신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고, 외로움을 달래고 싶으며, 더 나아가 이제는 '찐사랑'을 하고 싶기 때문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랑은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소개팅은 비일상적인 상황이며, 보통 그러한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디에서 소개팅을 하고, 어떤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을까?
나는 당신이 비일상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만남을 최대한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이어나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곳에서 당신은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으로 비추어지기를 바라며, 더 나아가 당신이 찾던 그 사랑을 만나기를 바란다. 물론, 자연스럽게 만나 사랑하고 결혼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그림이겠지만, 그것이 당신의 여건상 불가능하다면, 최대한 그것을 성공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일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위대한 것들은 사랑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모두 사소한 일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