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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작가 Jan 30. 2021

음미하는 순간들

초보둘째엄마

출처:unsplash


어제는 날씨가 흐렸다가 눈이 내렸다가 햇빛이 다시 떠올랐다. 안방 커튼과 창문 사이에서 4살짜리 큰 아이가 서성이며 혼자 놀았다. 바람 막느라 뽁뽁이를 해서 창밖이 보이지 않을 텐데 무엇을 보는지 한참을 그 틈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단순히 보면 장난치고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아이는 혼자서 생각하고 탐구하며 온전히 음미하면서 보내고 있었다. 창문에 비치는 빛과 틈새에 있는 먼지와 나뭇가지 그리고 새어 나오는 차가운 공기들을 가지고 말이다.



참 부러웠다. 집안일하고 아기들 옷과 기저귀 갈아입히고 먹이고 치우고 나면 잠시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것이 나의 일상과는 비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핸드폰으로 장도 보고 좋아하는 물건도 보고 이웃블로그 글도 읽고 카톡방 답장도 하고 또 다른 세계에서 서성이는 나를 둘째 아기가 지그시 쳐다보고만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런 말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보지 않은 채로 응시하고, 귀 기울이지 않은 채로 듣고, 느낌 없이 만지고, 음미하지 않으며 먹고, 몸을 의식하지 않은 채로 움직이고, 향을 맡지 않으며 숨 쉬고, 생각 없이 이야기한다.”     

    

음미하다를 찾아보면 뜻은 이렇다.     

1. 시가를 읊조리며 그 맛을 감상하다.

2. 어떤 사물 또는 개념의 속 내용을 새겨서 느끼거나 생각하다.   



출처:unsplash

     

신랑은 퇴근하면 핸드폰을 보면서 내 이야기를 듣고 점심을 먹을 때도 아이들 신경 쓰면서 먹으니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생각 없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가족들 간의 대화에도 서론 본론 결론도 없이 쏟아내는 감정과 자잘한 일상을 그냥 뱉어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블로그 메뉴 분류하듯이 생각도 정리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조금은 한 템포 쉬면서 말해보자. 무엇을 말할지 생각을 하고 난 뒤 말해보자. 말을 할 때는 사람을 응시하면서 말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특히 가까운 가족들에게 말이다. 음식도 여건이 되는 시간에는 꼭 느끼며 먹어보자. 뜨거운지 달달한지 씁쓸한지. 말이다. 운동을 하면서도 나의 컨디션을 체크해보자.   




출처:unsplash

 

이렇게 컴퓨터 앞에서 글을 쓰면서 이사온지 한 달이 지나서야 내 방에 하늘이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 때 보다 추운 금요일이라는 것을 전해 들었기에 유난히 더 파랗게 보인다. 촉박한 시간 속에서 글 한자 적는 것도 어렵지만 하늘 한번 쳐다보고 글 한자 적는 것쯤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들을 음미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욕심내지 않고 자잘한 순간들 속에서 조금씩 느껴보자.  첫째 아이의 이쁜 목소리, 달달한 믹스커피에 우유조금,  운동하는 남편의 스템퍼 소리, 둘째 아기의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손. 좋은 감각과 나쁜 감각을 구별할 줄 알고, 좋은 감각을 발달시킨다면 좀 더 맛깔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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