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돌 아기와 하노이 미드나잇 마라톤 10km 완주하다

[육아 해우소(46)]

by 스트로베리



# 밤 12시에 하노이 야경을 보며 달리는

낭만적인 마라톤


9월 5km 마라톤 참가 이후 달리기에 빠진 나.

올해 한번 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고민하다가 결국 신청버튼을 눌렀다.

사실 5km와 10km를 고민하다가 5km 신청이 마감되어 버렸다. 그래서 두 달 연습하면 10km는 뛰겠지 하는 생각에 신청버튼을 고민 없이 눌러버린 나.


선 신청, 후 통보

남편에게 말했더니 “오케이 접수! 날짜만 알려줘”

쿨한 대답이 돌아왔다.


열심히 연습했지만 걱정되는 건 매한가지.

그리고 자정에 출발한다는 게 좀 걱정되긴 했다.

토요일 오전, 남편과 레이스키트를 받고 고기로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 쉬다 보니 어느덧 하빈이가 잘 시간. 보통 저녁 8시에서 9시에 자는 하빈이가 아빠와 더 놀고 싶은지 잠을 자지 않았다. 그래서 10시가 다되어 잠들었고, 우리는 옷을 갈아입고 자는 하빈이를 데리고 나섰다.


자다가 깬 하빈이.

차 안에서 밤에 무슨 일인가 싶어 신나서 밖을 구경했고, 신이 난 상태로 우리는 스타트지점인 호안끼엠 통일공원에 도착했다.

일교차로 밤에는 추울까 봐 긴 옷을 입히고 모기장까지 장착한 유모차. 모기장 설치한 유모차를 타는 것도 며칠 전 예행연습을 했는데 오랜만인데 다행히 잘 앉아있었던 하빈이.

유모차에 앉아 스타트지점까지 걸어가는 동안 밝은 불빛에 많은 사람들을 신기하게 구경하는 모습에

“오늘도 잘해보자, 파이팅!”하며 시작된 마라톤.


밤 12시 5분, 10km 마라톤이 시작되었다.

연습한 덕분인지 3km까지는 내 페이스대로 뛸만했다. 그런데 급수대가 나와도 입만 적시고 뛰었는데 옆구리에 통증이 왔다. 배가 아프다는 말에 남편은 한 손에는 유모차를 끌고 한 손은 내 등을 밀어줬다.

그렇게 남편의 도움을 받아 뛰니 괜찮아져서 또 내 페이스를 찾았다.


밤에 하노이의 명소인 호안끼엠 주변을 뛰니 아경이 정말 예뻤다. 뛰다가 사진 찍는 참가자들도 종종 보였다. 야경을 즐기며 뛰다니. 장족의 발전이었다.


하빈이도 깜깜한 밤에 같이 뛰는 참가자들을 보며 즐기는 듯했다.

남편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하빈이 잘 있나 확인도 하며 6km 정도에 반환점을 통과하게 되었다.

지난 대회보다 좁은 도로라서 사람들을 피해 다니며 뛰어야 했지만, 더 가까운 거리에서 응원을 주고받으며 뛰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하빈이도 모기장이 답답했는지 중간쯤 모기장을 걷고 같이 바람을 맞으며 뛰었다.

이번에도 참가자들이 카메라로 뚱하니 앉아 엄마아빠와 같이 뛰는 하빈이 모습을 많이 담아갔다.


뛰다 보니 호안끼엠 중간을 지나가는 기찻길에 기차도 뿌~하고 지나갔고, 남편은 하빈이가 놀랄까 봐

”기차야 “ 하며 안심시키며 뛰었다.


2km 정도 남았을 때였다.

가로등이 얼마 없는 깜깜한 골목길로 들어갔는데

하빈이가 갑자기 잉~ 하며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남편은 당황해서 앞으로 속도를 내며 먼저 달려 나갔다. 그렇게 혼자 뒤에서 내 페이스대로 뛰고 있었다. 그런데 적막한 밤에 사람들의 호흡소리만 들리던 골목에 하빈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리자 골목에서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그 웃음소리에 나도 이 상황이 웃겨서 웃음을 터트리며 “하빈아~”하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결국 도저히 안 되겠다 생각한 남편은 휴대폰을 꺼내 뽀로로를 소환했다. 그렇게 안정을 찾은 하빈이와 나머지 2km를 뛰게 되었다.


급수대가 나올 때마다 입만 적시고 얼굴에 물 뿌리며 달려왔는데, 결승선을 얼마 안 남기고 또 옆구리 통증이 왔다.

남편은 유모차에 기대어서 뛰면 괜찮다고 해서 나는 유모차를 끌고 뛰었다.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이 또 내 등을 밀며 뛰었다. 그렇게 마지막 고비를 넘기고 드디어 보이는 결승선.

우리 셋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전속력으로 골인했다. 이번에는 활짝 웃으며 들어온 성공적인 마라톤. 한 번도 걷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10km를 뛰어서 1시간 15분에 완주했다.

지난 대회 때를 생각하면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두 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안도감.

해냈다는 성취감.


한참 자야 할 시간인 자정에 엄마아빠와 함께 또 잘 뛰었던 하빈이.

동네 산책 나온 느낌으로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으며 하빈이도 밀고 나도 밀며 뛴 남편.

정말이지 웃기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두 남자다.


결승선을 들어오는데 지켜보던 사람들이 아기와 엄마아빠가 들어온다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뿌듯함은 말로 어떻게 표현되지 않았다.


지난 마라톤 대회 후 차 타고 오면서 남편이

“다음엔 10km 한번 뛰어봐”라고 말했는데.

진짜 현실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셋만의 특별한 추억을 또 한 번 만들게 되었다.


밤나들이에 신난 하빈이와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우리는 새벽 3시에 셋이서 한침대에서 꿀잠을 잤다.


못하는 건 없다.

뭐든지 시작해 보면 할 수 있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 그 과정 속에서도 뭔가는 배운다.


달리기는 2024년 하반기에 나에게 커다란 선물을 가져다 준건 확실하다.


올해의 마지막도 열심히 뛰며
마무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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