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해우소(3)]
우리가 함께한 지 14년, 타국에서 고군분투하며 모든 것이 안정을 찾았다고 둘 다 동시에 느꼈다.
보이지 않는 깜깜한 터널에서 이제 빛이 보이고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 그래서 그 안정감에 새로운 식구를 맞이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나 보다.
며칠 전, 4년 전 잠시 같이 일했던 베트남 동생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다. 잊을만하면 마주쳐서 반갑게 인사해 주던 고마운 동생. 직접 청첩장까지 주며 한 시간 동안 이야기하는데 참 마음이 이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남편과 보슬비가 내리는 일요일 저녁 결혼식에 갔다. 비가 오는 야외 결혼식이었지만 더 분위기 있고 좋았다. 결혼 서약할 때 동생이 눈물을 훔치는 바람에 주책맞은 아줌마는 같이 훌쩍댔다.
결혼식 후 오래간만에 둘이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며칠 전 주고받은 톡 내용이 생각났다.
중학교 때부터 이어온 인연, 4살 아들 엄마인 내 친구. 육아를 하다 보니 아이가 없던 시절이 전생 같다고 했다. 근데 이 말이 왜 이렇게 공감되는지.
그래서 남편한테 이 말을 했더니, 공감한다고 웃어댔다. 나는 “그럼, 전생이 좋아? 현생이 좋아?”
물었는데 “둘 다 좋지” 하며 갑자기 삶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의 삶에 안정을 찾았고 이 삶을 더 가치 있게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했단다. 그래서 삶이 100페이지면 그걸 반으로 접어 50페이지로 만들면 지금 현재 모든 것이 소중해진다고. 그래 맞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면 고맙고 소중한 것이 많은데. 현생에 치여 바쁘고 정신없게 살다 보면 이 기본적인 것들도 잊어버리게 된다.
일상의 소중함. 내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
나한테 주어진 것들에 대한 감사함.
삶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반으로 접었고, 그 소중한 시간 속에 2세를 생각한 남편.
(이건 내가 해석한 남편의 말. 꿈보다 해몽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니 정말 정말 소중하고 지나가는 게 아깝게 느껴진다.
지칠 때마다 꺼내봐야겠다.
반으로 접힌 나의 소중한 페이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