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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기 Oct 18. 2018

여기가 사파리!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제주 곶자왈

자연과 함께 하는 곳
신비로운 자연이 펼쳐지는 곳
제주 곶자왈
여기가 진짜 사파리다!

집에서 자고 있던 중 전화벨이 울려서 일어났다. 전화번호는 누구인지 나오지 않았다. 어쨌든 일어났으니 전화를 받았는데 나에게 전화를 하신 분은 다름 아닌 김산하 박사님이셨다. 김산하 박사님은 우리나라 최초의 영자류 학자시다. 그리고 현재 생명양성재단에 국장님으로 계신다. 그런 박사님께서 전화를 하셨다니 졸린 눈을 어떻게든 풀고 박사님의 전화를 받았다. 박사님께서는 혹시 10월에 시간이 되냐고 물으셨고 이유는 사파리로 바뀔 위기에 놓여있는 동백동산 옆 곶자왈에 생태 조사를 가야 하는데 내가 필요로 한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작년에 나는 같은 곳에 가서 많은 생물들을 보았고 올 여름에도 잠깐 들렸었다. 나는 잠시 스케줄을 확인한 뒤 언제든 갈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잠결에 받아서 꿈이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뒤 나는 위기에 처한 곶자왈로 향했다.


대부분 우리 실험실 사람들이 갔다. 그리고 최재천 교수님, 장이권 교수님께서도 함께 하셨다. 사실 두 분의 교수님과 함께 어디로 가는 것은 실험실에 4년을 있으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한 학교 동기이자 민물고기를 공부하는 친구 정훈이도 함께 조사에 참여하였다. 나에게도 뜻깊은 조사인 만큼 곶자왈 지켜낼 수 있는 의미 있는 조사가 되길 바랬다. 우리는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동백동산 습지센터로 향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동백동산 옆에는 마을 공용 목장과 숲이 있다. 그곳은 굉장히 자연이 잘 보존된 목장과 숲이다. 그러나 그런 곳에 사파리를 지으려고 한다고 한다.


최근에 탈출한 퓨마의 사살로 인해 많은 분들이 동물원 폐지나 생태적인 동물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동물원인데 굳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곶자왈을 파괴하면서 동물원을 지을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동물원을 만든다는 곳도 사파리 형태로 생태적인 동물원을 짓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생태적인 동물원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코끼리를 데려온다고 가정해보자 코끼리는 야생에서 엄청난 거리를 무리 지어 이동하는 동물이다. 그런 코끼리에 이동성을 감당할 수 있을까? 나머지 동물들은 어떠할까? 인간이 만든 적정 사육 공간이 과연 동물들에게 물었을 때 괜찮다고 할까? 나는 절대 아니라고 본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우리는 곶자왈을 지키기 위해서 마을 공용 목장으로 향했다. 곶자왈은 암괴들 위에 숲이 형성된 곳을 말한다. 용암지대인 제주는 토양의 발달이 빈약하여 표층은 물론 심층까지도 크고 작은 암괴들로 이루어져 식물이 자라기에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식생의 발달 속도가 느리다. 현재와 같은 숲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공용 목장은 이미 곶자왈이라는 오래된 숲을 갖고 있었다.

2018년 10월 제주도, 사파리가 지어질 예정인 목장 내의 습지

처음 들린 농장 내에 있는 습지인 서대못에는 순채(Brasenia schreberi)라는 멸종위기 2급 보호종인 수생 식물이 서식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습지에는 환경영향평가보고서에 언급되어 있지 않았던 물방개 (Cybister japonicus)도 서식하고 있었다. 사실 환경영향평가보고서에 왜 물방개 (C. japonicus)가 빠져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작년에도 같은 장소와 비슷한 시기에 물방개 (C. japonicus)를 보았다. 물방개 (C. japonicus)는 작년에 멸종위기 2급 보호종으로 지정되었다. 특히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된 이유는 자연 서식지 감소가 원인이다. 이 목장에는 많은 습지들이 있다. 습지는 물방개 (C. japonicus)들의 번식 장소이자 먹이터이다. 그러한 곳을 없애고 이주를 시킨다면 자연스럽게 개체들끼리 경쟁을 하게 되며 결국은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2018년 10월 제주도, 목장 내 습지에서 본 멸종위기 2급 보호종인 물방개 (Cybister japonicus)

물방개 (C. japonicus)는 이번 겨울을 나기 위해 조만간 육지로 올라와 겨울잠을 잘 것이다. 물방개 (C. japonicus)가 서대못에만 사는 것은 아니고 아마도 목장 전체가 물방개의 서식지 일 것이다. 물방개 (C. japonicus)는 날아다니며 적당한 곳을 찾아 겨울잠을 잘 것이다. 장이권 교수님과 나는 습지뿐만 아니라 목장 내 숲을 다니며 녹음기를 설치했다. 녹음기를 설치하여 소리를 녹음하면 이곳에서 어떤 노래하는 곤충이 있는지 새들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설치하러 돌아다닌 과정에서도 다양한 생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빠르게 도망가는 도마뱀 (Scincella vandenburghi)도 만날 수 있었다.

2018년 10월 제주도, 도마뱀 (Scincella vandenburghi) 왼쪽, 녹음기 설치 중인 나와 교수님 photo by 생명다양성재단 오른쪽

녹음기 설치가 끝난 후, 우리는 어두워지기 전에 철수했다. 이것저것보다 보니 밤이 되었다. 깜깜한 밤에 목장을 나가면서도 반가운 곤충이 잘 가라고 말하듯이 나타났다. 우리를 배웅해준 곤충 다름 아닌 늦반딧불이 (Pyrocoelia rufa)었다. 제주까지 와서 늦반딧불이 (P. rufa)를 보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파리로 바뀐다면 이 녀석들도 모두 죽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 10월 제주도, 목장 입구 늦반딧불이 (Pyrocoelia rufa)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나와 교수님은 정체모를 곤충의 노랫소리도 궁금하고 밤의 보이는 야생 동물들이 너무 궁금해서 다시 목장으로 향했다. "삑! 삐리리릭~" 목장 내에서 경쾌하고 맑은 소리가 퍼진다. 나는 오늘 양서파충류 이외에 저 곤충에 정체를 보고 말겠다는 신념으로 밤에 플래시 하나 들고 돌아다녔다. 나는 밤에 목장에서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광경에 놀랐다. 너무 많은 개구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중국과 일본을 연구하기 위해 갔었다. 그곳에서 숲에 들어가면 바로 개구리 10마리가 뛰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비 번식기일 때 숲에서 그러한 광경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다.


산개구리 (Rana uenoi)들이 몇십 마리가 내 눈앞에서 도망갔다. 내가 어딜 가든 개구리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개구리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몇 안될 것이다. 교수님과 나는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곳이 있구나 하면서 감탄을 했다. 교수님과 나는 감탄을 하면서도 정체모를 노래하는 곤충을 찾으려 하였지만 허탕을 치고 내일을 기약하며 숙소로 향했다.

2018년 10월 제주도, 목장에서 본 산개구리 (왼쪽, Rana uenoi)와 참개구리 (오른쪽, Pelophylax nigromaculatus).2018년 10월 제주도, 목장

서울로 돌아가는 마지막 날, 아침부터 최재천 교수님을 포함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위기에 처한 곶자왈을 지키기 위해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어제는 서대못과 그 주위에 있는 습지에 대해 조사했다면 오늘은 동쪽에 있는 동대못을 중심으로 조사를 하기 위해 전보다 멀리 이동하였다. 우리가 가는 길에는 동박새가 무리 지어 우리를 피해 도망 다녔다. 어제부터 못 쓰던 망원 렌즈를 사용하여 좋은 사진 딱 한 장 찍은 것으로 만족하였다.

2018년 10월 제주도, 유일하게 잘 찍은 동박새

동대못에서는 특별한 발견은 없었다. 물론 아름다운 곳이긴 하나 붉은 꼬리를 갖고 있는 청개구리 올챙이만 발견하였다. 그 주위에 마른 습지에는 희귀한 식물들이 많았다. 인상 깊었던 것은 목장 내에 과거 우리 조상들이 말을 관리하기 위하여 고도 별로 낮은 돌담을 쌓아 섬 전체를 둘러 놓은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제주도가 발전하면서 돌담에 흔적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이제는 풀과 이끼 그리고 나무에 가려서 자연과 하나가 된 모습이지만 과거의 우리 조상들에 지혜를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2018년 10월 제주도, 조상들의 지혜가 보이는 돌담

오전 조사를 끝낸 후 최재천 교수님과 식사 후 카페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최재천 교수님과는 처음 실험실 왔을 때 이후 가장 많이 대화한 날이었다.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말씀해주신 조언들과 현재는 교수님이 되신 최재천 교수님의 제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운 오후를 보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나와 장이권 교수님은 다시 곶자왈로 향했다. 설치해놓은 녹음기를 회수하고자 갔다. 마지막으로 경쾌한 노랫소리를 내는 곤충을 찾고자 노력했으나 끝내 찾지 못하였다. 제주도를 떠나기 전 다미 누나 덕분에 솔귀뚜라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수님과 나는 돌아가는 길에 노루 (Capreolus pygargus)를 만날 수 있었다.  제주도에 서식하는 노루는 Capreolus pygargus tianschanicus라는 아종이고 진화학적으로 중요한 종이지만 천적이 없는 환경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번식이 가능하여 제주도에서는 골칫거리가 되어있다.


제주도 올 때마다 밤에 늘 보이는 녀석이지만 좀처럼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러나 교수님과 함께 만난 수컷 노루 (C.pygargus)는 호기심이 많은 녀석이었다.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울음소리를 내며 도망을 갔다. 덕분에 교수님께서는 경고음을 녹음하셨고 나는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2018년 10월 제주도, 호기심 많던 수컷 노루 (Capreolus pygargus)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파리로 바뀔 위기에 놓인 곶자왈은 이미 사파리 었다. 노루가 뛰어다니고 개구리가 뛰어다니고 많은 새들이 날아다니는 여기가 사파리 었다. 제주도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이처럼 깨끗한 자연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부디 이 사파리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사파리가 되지 않길 바라고 또 바란다.

과거 동백동산 오른쪽, 남아있는 동백동산과 사파리가 지어질 예정인 방목지 photo by 생명다양성재단 왼쪽


p.s. 제주도에서 안내해주시고 지금도 지키고자 노력하시는 '곶자왈 사람들', '제주환경운동연합' 그리고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 주신 김산하 박사님, 생명다양성재단 분들과 최재천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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