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첫 직장의 기억

by 식빵엔 땅콩버터

비전이 없어. 여긴.


첫 직장을 그만둔 건 10여 년 전 칼바람이 부는 11월 말쯤이었다. 회사를 나와 명동역을 향해 걸어가며 '벌써 겨울인가...'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바닥을 치고, 숨이 깊이 들이마셔지지 않아 답답한 나날이 계속되면서 회사를 나와야겠다는 결론에 나는 다다랐다.

그만둘 결심을 한 다음 날 사수에게 출근하자마자 그만두겠다고 말하고는 눈물이 핑 돌았다. 첫 직장에 대한 기대도 설렘도 이미 희미해져 있었는데 왜 눈물이 났을까?


그때 나는,

슬펐던 걸까?

미안했던 걸까?

그저 지쳤던 걸까?


한참이 지나고서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왜 1년도 채 다니지 않은 회사를 나와야만 했는지.


비전이 없어.


나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 현실에 크게 낙담했던 것도 같고... 여전히 명확한 이유를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하나 확실한 건, 더 이상 이대로 살고 싶지 않았다는 것 정도.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마음이 몹시 강렬했던 나는 어떠한 대책도 없이 퇴사를 서둘렀다.


퇴사 1년 후, 바닥을 쳤던 몸과 마음을 제자리로 겨우 돌려놓고서 첫 직장과는 전혀 다른 일을 신나게 하는 나를 보고 알았다. 첫 직장은 그저 나한테는 맞지 않은 곳이었구나 하고. 그렇게 결론난 일이었다.


그랬는데도...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퇴사를 서둘렀던 10여 년 전의 그때가 이따금씩 떠오른다.


'어떻게든 더 버티는 게 나은 결정이었을까? 다들 처음은 어려운 거 아닌가? 그런데 그것조차 버티지 못한 나한테 문제가 있던 걸까?...'


그 당시에는 그만두지 않을 이유가 없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 다시 생각하니 그래도 버틸 방법도 있지 않았나 싶은 이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 힘들었던 기억이 옅어지니 이런 생각도 드는 거겠지만... 너무 뒷북 아니야?


에고고. 뒷북이고 뭐고 간에 과거에 미련을 갖는 건, 그냥 쓸데없는 짓. 내 mental아, 과거에서 맴돌지 말고 어여 여기로 돌아오거랏. Don't over think it. ㅎ 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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