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우리 집 아이는 아직 어린이 전용 샴푸를 쓴다. 쓰던 샴푸를 거의 다 썼길래 새 샴푸 하나 사야지라는 생각으로 인터넷을 켰다. 그랬더니 홈페이지에서는 새로운 제품 출시를 기념하여 기획전이 진행 중인 게 아닌가. 샴푸뿐만이 아니라 컨디셔너, 바디워시 심지어 페이셜 클렌저까지 귀염귀염한 새 패키지의 상품들에 나는 어느새 현혹되고야 말았다.
홈페이지 단독으로 할인에다가 사은품 혜택까지! 가격도 가격이지만 조그맣고 귀여운 사은품에 나는 매료되었다. 쓰던 샴푸랑 같은 걸로 하나 재빨리 결제하고 자야지 했던 마음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고, 사은품들을 스캔하느라 내 마음은 분주했다.
저거 저거 세안용 헤어밴드 왜 이렇게 귀여워?
어디 보자~ 헤어밴드를 받으려면 샴푸 하나만 사도 되는구나~?
그럼 결제해 볼까?
'아, 아니지 아니지.'
결제 직전까지 갔던 나는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았다. 집에 헤어밴드는 이미 2개나 있었고, 그중 하나는 불과 1주일 전에 산 거였다. 더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거였는데 귀여운 디자인에 그만... 제로웨이스트와 미니멀리즘은 꽤 오래전부터 나의 관심사였는데, 이렇게 잠깐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필요 없는 물건들이 하나 둘 집에 쌓이고야 만다는 사실.
얼마 전, 여러 종류의 포장재들(종이 쇼핑백, 우유팩, 신발 케이스, 각종 종이 상자, 테이크아웃용 음료 캐리어 등)을 새활용하여 다양한 사이즈의 수납함을 만드는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누구든지 쉽게 만들어 쓸 수 있을 정도로 간단했고 요긴했다. 새로 사지 않고 있는 걸로 해결하며 최대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건 꽤나 뿌듯한 생활습관이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하다.
그 일환으로 리필제품 사용은 쓰레기를 줄이는 확실한 지름길인데 아이 샴푸를 리필이 가능한 제품으로 살 생각은 왜 못했지? 다 쓴 뒤 플라스틱 통을 버리지 않아도 되어 다용도실에 쓰레기가 줄어들 테니 이 얼마나 가뿐할지.
아... 그런데
‘어린이 샴푸 리필’이라고 검색창에 쳐 보니 이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니군. 고르기도 전에 숨이 턱턱 막힌다. 바야흐로 모든 게 차고 넘치는 세상. 이렇게 선택지가 너무 많은 인터넷 세상은 늘 버겁다. 인터넷으로 비교 검색하는 데 시간 보내지 말로 그냥 집 근처 제~일 작은 슈퍼에 가서 거기에 있는 몇 안 되는 샴푸들 중에서 고르는 걸로 할까? 그래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다.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인터넷 서핑하느라 진을 빼지 말자.(인터넷 검색을 요령 있게 잘 못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1인)
아...
거긴 어린이 샴푸 리필이 있으려나? 만약 없다면?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악)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이제 어린이 샴푸 졸업하고 너도 엄마아빠 샴푸 같이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