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인데도 일본 기숙사 방은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추웠다. 온돌도 없고 히터도 없고 한국에서 택배로 보낸 이불은 추위를 견디기엔 너무 얇았다. 오들오들 떨며 태어나 처음으로 추워서 잠을 자지 못하는 나날을 경험했다.(정말이지 추우면 잠을 잘 수가 없다!)
기숙사 방은 추워서 잠도 못 자는 데다 바람도 많이 부는 쌀쌀한 봄 날씨에 별생각 없이 얇게 입은 옷차림이 화근이었다. 유학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감기에 걸렸다. 아직도 기억나는 그 감기는 내가 여태껏 살면서 걸린 감기 중 Top 3에 들 정도로 지독했다.
콜록콜록콜록
며칠 째 으슬으슬한 데다 기침이 심상치 않아 안 되겠다 싶어 근처 병원을 찾았다. 아마도 가기 전에 병원 관련 일본어를 숙지하고 갔으리라.
선생님,
기침이 나요.
열도 있고요.
3일 전부터 그랬어요.
목은 아프지 않고
콧물은 안 나와요.
뭐, 이런 말들.
기숙사 근처 1층에 있던 동네 내과는 꽤 아담했다. 진찰을 받고서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먹었는데도 기침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며칠 후, 전철 안에서 연신 콜록대자 옆에 앉아 있던 한 일본인 아저씨가 손에 무언가를 건네줬는데... 사탕이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아무런 대책 없이 기침을 해대던 나는 그 사탕을 입 안에 물고는 겨우 안정을 찾았다. 기침할 때는 사탕이 도움이 된다는 것 또한 처음으로 알게 된 날이었다.
모르는 게 참 많았다.
과연 기침이 그칠 날이 오긴 할까 싶을 정도로 지독했던 감기는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나았다.
코로나를 겪은 이제 생각하니 십수 년 전 전철 안에서 꽤나 여러 사람에게 민폐를 끼쳤구나 싶다. 마스크도 하지 않고 기침을 했으니. 하긴 그 옛날에는 기침한다고 마스크하고 다니는 분위기도 아니긴 했다. 어쨌든 사탕을 주셨던 아저씨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지독한 감기가 물러가고 한 달쯤 후, 나는 기숙사 방에 숨겨져 있던 엄청난 사실 하나를 발견했으니…
기숙사 벽에 설치되어 있던 에어컨이...
히터 기능이 있었다는 사실.
아, 모르는 게 정말 많았구나. ㅎ 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