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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는 아니라는 말

by 식빵엔 땅콩버터

나는 대학원 입학 전에 연구생 과정을 거쳤다. 기간은 1년, 그 당시에 외국인 유학생들은 석사과정 입학시험을 보기 전에 연구생이라는 신분으로 학교에 소속되어 있었다.


일본에 도착한 이후, 학교로부터 이렇다 저렇다 할 안내가 없길래 직접 지도 교수를 찾아갔었다. 일본에 오기 전 추천서를 받기 위해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기만 했을 뿐 실제로 만나는 건 처음. 처음으로 마주한 교수는 새하얀 얼굴에 콧수염을 기른 다소 마른 체형의 왜인지 말끝마다 습관적으로 웃는 사람이었다.


지도 교수와 잠깐의 면담 후, 그는 연구실을 보여주겠다며 앞장섰다. 연구실은 다소 협소했다. 책상이 4,5개 정도 있었을까? 그러고서 그는 다음에 연구실 학생들을 소개하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교수의 가벼운 몸은 날아가듯이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얼마 후, 정식으로 학교에서 주최하는 유학생 환영회가 있었고 그 후로 대략적인 연구생의 일과가 나왔던 것 같다. 연구생은 석사과정 입학 전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강의는 없었다. 대신 일본어 수업을 등록할 수 있었고, 일본인 자원봉사자가 한 명씩 배정되어 학교 생활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들어가고자 했던 연구실은 1주일에 한 번 세미나가 있었는데 이 또한 연구생은 와도 그만 안 와도 그만인 느슨한 분위기였다. 그리 타이트하지 않은 스케줄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여름에 있을 석사 과정 입학시험 전까지 학교에 적응하며 시험을 준비했다.

이사한 날에 찍은 연구실. 확 넓어졌다.

일본에 오면 당연히 바빠질 거라 생각했는데...


“연구생은 안 와도 되나요?“

“세미나에 와도 돼~ 의무는 아니지만.”


음... 의무는 아니었다. ㅎ 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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