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과정 입학시험은 구술시험과 서술형 필기시험으로 치러졌다. 구술은 말로 하는 거니 어찌어찌한다 해도 필기시험은 글을 써야 하니 필기시험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했었다. 한자에는 약했던 터라 예상문제를 가지고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을 여러 번 해나갔다.
구술시험 고득점자는 필기시험 면제라는 특혜가 있었지만, 그건 확신할 수 없기에 필기시험 준비를 안 할 수는 없는 노릇. 생각보다 글을 쓰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컴퓨터로 타이핑을 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었던 터라 볼펜으로 긴 글을 써 내려가는 것, 그 쓰는 행위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뭐 해야지. 기출문제도 한번 훑어보고 그 외에 문제도 예상해 보면서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구술시험은 필기시험에 앞서 진행되었다. 지도교수 포함해 서너 명의 교수가 면접관으로 앉아 있었고 응시자가 한 명씩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지도교수는 규칙상 아무래도 질문을 할 수 없었던 것 같고 그 옆에 앉아 있던 나이 지긋한 노교수가 질문을 여러 개 했던 걸로 기억한다. 크게 긴장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질문들에는 어렵지 않게 답변을 하고서는 나왔다. (회사 면접하고는 다르게 압박 면접은 아니었다.)
질문을 했던 노교수가 마지막에 허허 웃으시며
니혼고 오죠오즈데스네에~
(일본어 잘하시네요~)
뭐, 이런 칭찬을 한마디 해 줬던 것도 같다. (감사합니다~)
며칠 후였나?
기숙사로 통지표가 하나 날아왔으니.
그건 필.기.시.험.면.제를 알리는 통지표였다.
우와~ 이런 일이. 면제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진짜 면제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이 열심히 일본어를 샬라샬라하는 모습을 좋게 봐줬던 건지, 운이 좋게도 필기시험을 보지 않을 수 있었다. 당연히 석사과정 입학허가도 받게 되었고 말이다.
한국에 돌아온 후, 취업을 준비하며 면접을 여러 번 봤지만 그때처럼 버벅대지 않고 자연스럽게 여유를 갖고 대답할 수 있었던 면접에서는 결과가 좋았다. 반대로 버벅대고 뭔지 모르게 삐걱대며 동문서답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결과도 좋지 않았더라는(너무 당연하겠지만). 학교와 회사 면접은 그 방식이 조금 다르겠지만 과대포장하지 않고 내 강점을 진실되게 표현하는 데 주안점을 두면 그 진심이 전달되어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
몇 개월 후, 석사과정이 시작되었고 석사학위를 받기까지 2년 동안의 나의 여정은 그야말로 험난함 그 자체였다. 어찌 버텼을까 싶은 그 시절을 다시금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