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취미를 하나 만들고 싶었다.
취미를 묻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무언가를. 또 나도 하면서 즐거울 취미.
유학 시절, 아이스 스케이팅 강좌를 수강한 적이 있다. 해변가 옆에 있어 버스를 타고 가면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었던 제법 큰 아이스링크. 뭔가를 배우자 싶어 등록하고는 한두 달은 다녔던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 서너 명하고 시외버스를 타고 전주에 있는 스케이트장에 가 보고서는 처음이었다. 발 사이즈에 맞는 아이스스케이트화를 찾아 끈이 풀리지 않게 꽁꽁 묶고는 스케이트장에 들어섰다. 수강생은 열 명 남짓. 내 또래는 없었고 나보다는 나이가 많은 여성 수강생이 전부였던 걸로 기억한다. 운동 신경이 특별나게 좋은 편도 그렇다고 전혀 없는 편도 아닌 나는 아이스 스케이팅 강사의 지도에 그럭저럭 잘 따라갔다.
앞으로 가실 때,
무릎을 구부리시고
스케이트 날을 뒤로 밀어
미끄러지듯이 가시면 됩니다~
오호, 날을 뒤로 밀라고? 역시 배우고 볼 일이다.
수강생들과 교류까지는 없었지만, 나이대를 생각하니 그들은 지금의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엄마들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의 나는 26살이었고 결혼과 출산 후의 삶은 관심 밖의 일인 데다 서른 그리고 마흔이라는 나이 또한 막연하게만 느껴졌었다. 그저 마흔 쯤에는 좀 더 멋있고 일 잘하는 커리어우먼이 되어 있기를 꿈꿨을 뿐. 그런데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보니, 그들에게 그 시간은 소진되었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잠깐의 여유이지 않았을까라는 애잔한 마음이 든다.
지금도 특별히 이거다 얘기할 수 있는 취미는 없다. 그런데 그때처럼 취미를 꼭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이 불타오르지는 않는다. 취미라는 것에 대한 정의가 달라진 게 그 이유라고나 할까? 지금은 취미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이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그간 녹슨 영어도 좀 해보고 걷기 운동도 하고 가끔 넋 놓고 유튜브도 보고. 이것들도 취미라면 취미겠지? 내가 해서 조금이라도 즐거우면 그게 바로 취미고 삶의 낙이지.
그나저나 재미가 있었던지 내 전용 스케이트화를 살까 해서 알아보기까지 했었는데... 결국은 사지 않은 걸 보니 나의 특별한 취미 만들기는 그렇게 흐지부지 끝이 났었나 보다. 그래도 타지에서 뭔가 도전해 봤다는 게 대견하다. ㅎ 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