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학원 면접

by 식빵엔 땅콩버터

석사과정 입학시험은 구술시험과 서술형 필기시험으로 치러졌다. 구술은 말로 하는 거니 어찌어찌한다 해도 필기시험은 글을 써야 하니 필기시험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했었다. 한자에는 약했던 터라 예상문제를 가지고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을 여러 번 해나갔다.


구술시험 고득점자는 필기시험 면제라는 특혜가 있었지만, 그건 확신할 수 없기에 필기시험 준비를 안 할 수는 없는 노릇. 생각보다 글을 쓰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컴퓨터로 타이핑을 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었던 터라 볼펜으로 긴 글을 써 내려가는 것, 그 쓰는 행위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뭐 해야지. 기출문제도 한번 훑어보고 그 외에 문제도 예상해 보면서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구술시험은 필기시험에 앞서 진행되었다. 지도교수 포함해 서너 명의 교수가 면접관으로 앉아 있었고 응시자가 한 명씩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지도교수는 규칙상 아무래도 질문을 할 수 없었던 것 같고 그 옆에 앉아 있던 나이 지긋한 노교수가 질문을 여러 개 했던 걸로 기억한다. 크게 긴장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질문들에는 어렵지 않게 답변을 하고서는 나왔다. (회사 면접하고는 다르게 압박 면접은 아니었다.)


질문을 했던 노교수가 마지막에 허허 웃으시며


니혼고 오죠오즈데스네에~
(일본어 잘하시네요~)


뭐, 이런 칭찬을 한마디 해 줬던 것도 같다. (감사합니다~)


며칠 후였나?


기숙사로 통지표가 하나 날아왔으니.

그건 필.기.시.험.면.제를 알리는 통지표였다.


우와~ 이런 일이. 면제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진짜 면제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이 열심히 일본어를 샬라샬라하는 모습을 좋게 봐줬던 건지, 운이 좋게도 필기시험을 보지 않을 수 있었다. 당연히 석사과정 입학허가도 받게 되었고 말이다.


한국에 돌아온 후, 취업을 준비하며 면접을 여러 번 봤지만 그때처럼 버벅대지 않고 자연스럽게 여유를 갖고 대답할 수 있었던 면접에서는 결과가 좋았다. 반대로 버벅대고 뭔지 모르게 삐걱대며 동문서답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결과도 좋지 않았더라는(너무 당연하겠지만). 학교와 회사 면접은 그 방식이 조금 다르겠지만 과대포장하지 않고 내 강점을 진실되게 표현하는 데 주안점을 두면 그 진심이 전달되어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


몇 개월 후, 석사과정이 시작되었고 석사학위를 받기까지 2년 동안의 나의 여정은 그야말로 험난함 그 자체였다. 어찌 버텼을까 싶은 그 시절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keyword
이전 04화의무는 아니라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