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시선
1. 정지우 작가님과 윤성원 대표님의 재미있는 콘텐츠 토크가 열렸다. 토크 주제는 ‘콘텐츠의 현재와 미래’. 정지우 작가님은 요새 인스타그램에서 내 좋아요를 최다로 가져가고 계신다. 일상의 익숙한 소재에서 끄집어낸 비범한 생각들과 그 생각들을 명료하고 담백하게 표현하는 글솜씨에 매번 놀란다. 윤성원 대표님은 콘텐츠 구독 서비스 '프로젝트 썸원'을 운영하고 계신다. 평소 구독해서 보는 뉴스레터가 20-30개 정도 되는데, 썸원 레터는 놓치지 않고 보려 하는 레터 중 하나다. 콘텐츠 큐레이팅도 훌륭하고 대표님이 구독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스타일도 친근해 좋다.
2. 토크 주제는 '살아남는 콘텐츠와 사라지는 콘텐츠'였다. 콘텐츠 생산자로서 또 헤비유저로서 항상 고민하고 있는 주제다. 어떤 콘텐츠는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데 어떤 콘텐츠는 왜 외면받고 사라질까? 내가 픽업한 키워드는 '신뢰'였다. "우리는 매스미디어 시대가 아닌 소셜미디어 시대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5천만 명의 마음에 드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아니라, 내 콘텐츠를 좋아하는 500명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500명과 신뢰를 구축한 생산자의 콘텐츠는 살아남는다. 소셜미디어 시대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신뢰는 곧 자본이고 강력한 무기다.
3. 윤대표님은 신뢰 구축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로, 오리지널리티와 퀄리티 그리고 생산성을 말씀해 주셨다. 내가 팔로우하며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보고 있는 분들을 떠올려봤다. 신기하게도 이 세 가지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4. 오리지널리티는 고유성을 의미한다. 마케팅적으로는 USP(Unique Selling Point)다. OTT의 경쟁력도 결국에는 그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나온다. 브랜드든 개인이든, 콘텐츠를 만든다면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고유한 무언가가 있어야만 한다.
5. 그럼 그 고유성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공교롭게 며칠 전 읽었던 <일의 격> 신수정 작가님이 인스타그램에 썼던 글과 연결이 됐다. 그 글의 골자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글'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의 '세계관'을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 쓰려하기보다 자신의 관점에서 본 세상을 쓰라는 것. 나는 이 세계관이 오리지널리티이자 고유성이라 생각한다. "디자이너라면 디자이너의 관점, 경영자라면 경영자의 관점, 숫자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숫자의 관점으로 본 세상을 쓰는 것이고 그것이 그 사람을 차별화하고 독특하게 할 것이다." 자신만의 경험과 시각으로 세상을 보려 애쓰자. 그리고 그 세상을 콘텐츠로 만들자.
6. 다음으로는 퀄리티. 콘텐츠 퀄리티야말로 너무나 상대적인 것이라 높고 낮음의 객관적인 기준을 정하기가 어렵다. 내가 좋은 퀄리티라고 생각했던 콘텐츠가 누군가에게는 보통 수준의 콘텐츠일 수 있다. 또, 백만 원을 쓴 콘텐츠와 10억을 쓴 콘텐츠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도 맞지 않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10억을 쓴 콘텐츠가 백만 원을 쓴 콘텐츠보다 훌륭할 것 같지만, '가격 대비' 퀄리티로 평가하면 10억을 쓰고도 이것밖에 못 뽑았다고? 혹은 백만 원밖에 안 썼는데 이 정도로 뽑았다고? 의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7. 퀄리티에 대한 두 분의 생각이 신선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콘텐츠 퀄리티를 이러한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바라봤기 때문이었다. 신뢰 구축을 위해 필요한 '퀄리티'는 곧 고객 관점이었다. 콘텐츠 생산자는 콘텐츠를 만들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관찰자 입장에서 계속해서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눈여겨보고, 반응을 반영하며,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고 보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도 처음부터 완벽한 퀄리티는 없으며 시장의 관심과 반응을 흡수하며 진화하고 발전하는 듯하다.
8. 마지막으로 생산성. 생산성은 지속가능성이자 꾸준함이다. 1년에 몇 번 뜨문뜨문 콘텐츠를 발행하는 사람과 매주 2-3회의 콘텐츠를 꾸준하게 발행하는 사람, 소비자는 어떤 사람의 채널을 더 찾을까? 답은 당연 후자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관련해서 대다수가 궁금해하는 두 가지, '콘텐츠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과 '콘텐츠 제작 시간을 줄이는 법'이 이번에도 질문으로 나왔다.
9. 콘텐츠 인풋을 다양화하는 데 두 분 다 최고의 방법이라고 했던 것은 '책'이었다. 100000% 동의한다. 책 외에도 영화든, 노래든, 그림이든 좋은 콘텐츠를 보려는 갈망과 열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덧붙이셨다. 그리고 어떤 콘텐츠가 재미있다면, 스스로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이니 꼭 재미있는 이유(why)를 기록해보라고도. 콘텐츠 제작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정작가님은 최대한 수고로움을 덜고 업로드하라고 하셨다. 채널별 운영 공식(예를 들면, 인스타 썸네일은 어떠해야 한다. 유투브 영상은 몇분을 넘어서는 안된다 등)을 모두 따라 하다가 초반에 지치기보다는 일단 콘텐츠 '축적'을 목표로 잡고 꾸준히 올리라고. 콘텐츠를 만들어본 사람은 안다. 꾸준히 하는 게 사실 제일 어렵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채널별 공식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선택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개인이 운영하는 채널과 브랜드가 컨셉에 따라 힘을 줘서 운영해야 하는 채널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