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이맘때,

#66.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by 풍선꽃언니
* 이 글은 2019. 6. 2. 에 작성되었습니다

유년기, 청소년기, 성인이 되어서도 이십 년이 넘는 시각 동안 수도 없이 걸었던 구석구석 그 흔한 일상이 20대 후반 늦은 전직과 뒤이은 결혼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나 대로는 그런데 엄마와 아빠는 이제 완전히 둘만의 시간에 적응한 것 같다. 새로 이사하며 엄마와 아빠의 결혼사진으로 꾸며진 친정집에 갈 때마다 내 흔적이 점점 없어져버려서 존재가 부정당하는 유별스러운 느낌도 없지 않지만,

아빠가 출근하지 않는 주말이면 두 사람은 공원을 산책하고, 영화를 보러 가거나 커피숍에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다. 집에 와서는 아빠가 맥주 한 캔을 딸 때 엄마는 코코아를 마시며 프리즌 브레이크를 정주행 한다나.

이 노부부의 일상은 나의 주말과 다를 바가 없다. 예순이 넘은 연배에도 젊음을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 덕에 내가 굳이 부모님의 무료함이나 공허함을 걱정할 틈이 없어 좋기도 한 반면, 서른 넘도록 부모님한테 응석 부리고 싶은 나는 아직 제자리를 못 찾은 것 같아 이상한 기분이 되어 버리기도 하는 것 같다.

엄마와 아빠는 2년 전 이맘때 새집으로 이사를 했다. 호수공원을 마주 보고 있는 집에 이사하고 두 분은 산책을 참 많이 다녔다. 우리 가족은 행복했고 엄마는 집이 호텔 같다며 남은 여생을 이곳에서 보내겠노라고 흥얼거리듯 말했다.


엄마는 그 집에서 남은 여생을 다 보냈고 남은 가족은 도망치듯 집을 떠났다. 두해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불행이 닥친 우리 집이 그때 그렇게 행복했던 건 아마 오늘의 괴로움을 이겨내라고 인생이 남겨준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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