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집, 동화경모공원
#12.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로 98
엄마의 새로운 집을 소개합니다.
<동화경모공원,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로 98>
엄마, 우리가 엄선해서 마련한 엄마의 새집이야. 어때, 마음에 들길 바래. 엄마가 좋아하는 꽃이 보이고 고즈넉한 풍경에 볕이 잘 드는 남향집이거든,
나무니 풀이니 눈높이에서 땅이 보이는 위치라 엄마가 마음에 들어할 것 같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에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어 장례식 중에 남편이랑 아빠랑 셋이 나와서 엄마의 안식처를 찾았다. 엄마는 평소 아빠한텐 나한테 돈 쓰지 마, 화장해서 산에 뿌려줘, 이런 소릴 했다지만 그건 엄마의 이타적 인척 하는 이기적인 소리에 불과하다. 엄마가 살아생전 내게 이런 소리를 했다면, 나와 엄마는 또 언성 높여가며 한판 붙었을 판국이었다. 우리는 엄마를 잃었다는 사실만도 버거운데, 엄말 찾아가려 해도 번지수가 없다는 슬픔마저 끌어안으라는 소리를 한다면 너무한 거 아닌가. 엄마 딴엔 부담 안 주려고 하는 소리라며 쟤 또 대들고 난리네, 성격이 좋네 안 좋네 하다, 기분 나쁘다고 며칠 연락 안 하고 씩씩거리겠지. 그게 엄마와 딸인 것 같다.
꽃이니 나무니 식물에 애착이 많던 사람이라서, 좀 낮은 층으로 엄마의 자리를 마련했다. 부부가 나란히 위치할 수 있는 호실은 이미 다른 이들이 발 빠르게 차지했고, 엄마랑 아빠가 나란히 할 수 있는 조금 그늘지는 자리와 혼자 위치하되 볕이 드는 좋은 자리 중에 하나를 선택을 했어야 했다. 자식 입장에서는 부모님 나란한 자리가 좀 더 나은 거 같아 어떠냐 아빠한테 물으니 내 자리가 지금 왜 필요해 나도 죽으라는 거야 뭐야 하며 불쾌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이 모든 순간순간이 몽땅 충격인데 그런 중에도 아빠가 퉁명스럽게나마 삶에 애착을 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딸로서는 내심 위로가 되었다. 너네 엄마가 저런 거 좋아하니까 여기로 하자. 햇볕 잘 들고 좋네. 엄마 취향에 맞는 자리로 낙점.
나무니 풀이니 눈높이에서 보이는 위치니까 마음에 들 거야. 아빠랑 여기 찾느라고 애썼어. 잘했지. 엄마가 이곳으로 와서 난 마음이 놓여.
동화 경모공원은 아빠의 아버지가 묻혀계신 곳이다. 친조부님은 1.4 후퇴 때 남한으로 오셨고 동화 경모공원은 북 실향민들을 위해 조성된 추모공원이다. 섬뜩할 것만 같은 공동묘지이지만 이 곳은 산이 둥글게 안고 있다. 볕이 온화하게 들고 고요해서 올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는데, 사정이 딱한 줄 아신 사무장님 배려로 엄마가 좋은 곳에 입주(?)할 수 있게 되어 고마웠다.
아빠는 엄마가 걱정되는지 무심히 할아버지 묘소의 돌을 고르고 나선 제 처가 여기 와있노라고, 아버지가 좀 잘 돌보아 주시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곤 잠시 말없이 서 있었다. 살아서도 엄만 목소리만 컸지 늘 비틀거리는 영혼이었던 것을 자식인 나도 아는데 남편인 아빠는 심정이 오죽할까 가슴이 미어졌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죽은 처를 부탁하는 마음. 아빠는 가장 사랑하던 사람들을 벌써 둘이나 잃었구나. 늘 어깨 쫙 펴고 가슴 내밀고 기세 등등하던 내 아빠의 안색도, 축 처진 어깨도 나만큼이나 쓸쓸해 보여서 괴로웠고, 지금도 너무나 괴롭다.
부모는 자식을 책임질 의무가 있고, 자식은 부모를 절대 배신하면 안 된다.
엄마, 아빠가 그랬어. 우리 가족이 엄말 잃고 많이 힘들지만 아빠는 부모로서 책임을 다해 그 중심에 있겠다고, 너희는 너희의 앞날을 우애 있게 다독이며 나아가면 된다고.
엄마, 우리 함께 잘 살아가고 있을게, 곧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