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휴먼다큐 <한번 더 해피엔딩>
딱- 딱.
그리고 또 엇나간 박자로 따악- 딱.
아들은 손톱을 깎는 게 서툴렀다.
천천히, 긴 시간동안 모자는 붙어앉아 손톱을 깎았다.
아들은 집중했고, 어미는 제 몸에 품어 낳았던 아들에게 제 몸을 맡겼다.
-
그날 아침 아들은 병원에 오기 전 손톱을 깎았다고 했다.
일하느라 때가 낀 손톱을 엄마께 보이기 싫었다.
옛 언젠가는 엄마께 맡겼던 손톱을 익숙한 놀림으로 깎았다.
그리곤,
방금 전 손톱을 깎은 행위는 잊은 채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한 시간 거리의 병원에 어미를 만나러 왔다.
어미는 애초에 항암치료를 원치 않았다.
목이 다시 부어오르면서부터는
"여든두살 살았으면 많이 살았다 - "
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내던 어미였다.
의사를 만나고 돌아온 병실에서
늙은 엄마의 손톱은 길었다.
-
긴 시간이었다.
어미의 손톱을 깎고
부서져가는 발톱까지 다 깎은 뒤
아들은 병실 밖으로 나갔다.
아들이 떠난 후
어미는 말했다.
"맨날 시장에서 장사하느라 손톱 밑이 새까맸는데,
아들이 손톱 깎아주니 시원해."
어미는 희고 깨끗한 제 손을 한참 바라보았다.
삼십 년 만에 희고 깨끗한 모습을 찾은 손을 한참 바라다 보았다.
2015년 12월 16일 채널A 휴먼다큐 <한번 더 해피엔딩> 2부 '산 할아버지와 백년집'에서 분량 관계상 빠진 부분이다.
오는 2월 10일 방송할 <한번 더 해피엔딩> 스페셜 편에 스탭스크롤이 흐를 때 함께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 또한 빠졌다. 아끼는 영상이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2월 10일 수요일 저녁 8시20분에 '산 할아버지와 백년집' 그 뒷이야기가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