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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당 이종헌 Apr 14. 2018

사모곡

지방에 홀로 떨어져 지내는 아들 녀석을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

차창에 비친 저녁노을이 눈부시다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조수석에 앉아있는 아내의 눈에 

아마도 잠깐 눈물이 스쳤을지 모를 일이다


내가 문득 한강 너머 잠실벌에 우뚝 솟은 

롯데월드에 관해 얘기했을 때 

건성건성 콧등으로 대답하던 아내는 

기어코 다시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여보세요?” 


이제는 일 년에 한두 번 명절 때나 보게 된 자식이 

하룻밤만 자고 돌아가겠다는 말에 

밤새도록 짐을 챙기고 이런저런 당부를 그치지 않던 아내는 


또다시 전화를 걸어 시시콜콜 

안 해도 될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어쩌면 그렇게도 젊은 시절 제 아비의 모습을 빼닮았는지


강변북로, 눈부신 저녁햇살에 

내 눈에도 잠시 눈물이 스쳤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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