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홀로 떨어져 지내는 아들 녀석을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
차창에 비친 저녁노을이 눈부시다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조수석에 앉아있는 아내의 눈에
아마도 잠깐 눈물이 스쳤을지 모를 일이다
내가 문득 한강 너머 잠실벌에 우뚝 솟은
롯데월드에 관해 얘기했을 때
건성건성 콧등으로 대답하던 아내는
기어코 다시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여보세요?”
이제는 일 년에 한두 번 명절 때나 보게 된 자식이
하룻밤만 자고 돌아가겠다는 말에
밤새도록 짐을 챙기고 이런저런 당부를 그치지 않던 아내는
또다시 전화를 걸어 시시콜콜
안 해도 될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어쩌면 그렇게도 젊은 시절 제 아비의 모습을 빼닮았는지
강변북로, 눈부신 저녁햇살에
내 눈에도 잠시 눈물이 스쳤을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