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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

by 현해당 이종헌

부처님 오신 날

공원 산책로에 내걸린 연등을 따라

탑돌이를 한다


콜록콜록 기침이 심한 아내의 몸도

낫게 해 주십사 빌어보고

이제 막 군대에 간 아들 녀석과

넥 카라를 찬 채 방 한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어린 고양이 모모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나르는 새들까지

모두 다 무탈하기를


빌어야 할 것은 많고

부처님은 아직 멀리 서역에 계시는데

내일은 스승의 날

스무 해가 넘도록 교단에 선 나는

정말 저 연등처럼

명징한 삶을 살았을까를 생각하니

살짝 얼굴이 붉어진다


길가에 한 무리 팬지꽃이 수줍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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