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쓸어도
티끌 하나 없을 것 같은
절집 마당에 가을이 깊어갑니다
인생은
한바탕의 꿈이라 하니
새소리 바람소리 나뭇잎 소리가
다 소중한 인연입니다
집착하지 말고
그저 허허로운 바람으로 살라고
대웅전 뜨락의 보리수는
텅 빈 가슴을 열어보입니다
나가원 섬돌 위에 놓인
흰 고무신 한 켤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터벅터벅 산길로 향합니다
발아래 계곡에는
떨어져 내린 단풍잎과 흐르는 물
그 속에서 익어가는 열매들이
또 한 세상을 이루었습니다
서산에 해 지고 동정각 범종소리
향로봉 골짜기에 울려 퍼질 때쯤이면
내 얼굴도 어느덧
저녁노을 따라 붉게 물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