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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당 이종헌 Apr 14. 2018

진관사

아무리 쓸어도 

티끌 하나 없을 것 같은 

절집 마당에 가을이 깊어갑니다


인생은 

한바탕의 꿈이라 하니 

새소리 바람소리 나뭇잎 소리가 

다 소중한 인연입니다


집착하지 말고 

그저 허허로운 바람으로 살라고 

대웅전 뜨락의 보리수는 

텅 빈 가슴을 열어보입니다


나가원 섬돌 위에 놓인 

흰 고무신 한 켤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터벅터벅 산길로 향합니다


발아래 계곡에는 

떨어져 내린 단풍잎과 흐르는 물

그 속에서 익어가는 열매들이 

또 한 세상을 이루었습니다


서산에 해 지고 동정각 범종소리 

향로봉 골짜기에 울려 퍼질 때쯤이면 

내 얼굴도 어느덧

저녁노을 따라 붉게 물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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