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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색 Mar 08. 2022

[드라마 리뷰] 오징어 게임ㅣ깍두기에 깃든 배려

어리다고, 짝이 맞지 않다고 소외시키지 않고 다 같이 놀기 위한 깍두기

'오징어 게임' 포스터, 사진 출처: 이하 넷플릭스

넷플릭스 사상 최장 기간 1위 기록을 세운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명실상부 넷플릭스의 최고 흥행작으로 여전히 방송가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출연 배우들이 연이어 수상의 영광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 지난달 미국 배우조합상(SAG) 시상식에서는 이정재 씨와 정호연 씨가 한국 배우 최초로 TV 드라마 부문 남녀 주연상을 받았다. ‘일남 할아버지’ 역을 맡았던 오영수 씨도 지난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TV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시즌 2 제작이 공식화된 이후 '오징어 게임'을 이어갈 다음 한국 작품이 등장하길 바라며 매번 새롭게 공개되는 한국 드라마에 쏠린 관심과 열기가 여전하다.


'오징어 게임'은 돈 때문에 막다른 길에 몰린 사람들이 '살인게임'에 참가하면서 겪는 다양한 어린이 게임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스토리 전개가 대단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9회를 하루에 몰아보기 할 만큼 매 회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몰입했다. 에피소드별로 인물들의 서사와 관계를 따라가며 다양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게 만든다. 특히 현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자본주의의 폐해로 빈부격차와 그로 인한 인간성 상실 등 통렬한 사회비판적 시각을 녹여 드라마 곳곳에 담아낸 수많은 은유와 풍자를 음미하는 재미가 컸다. 예기치 못한 반전 등 인상 깊었던 장면들도 많았으나 그중 가장 마음에 남는 건 '깍두기'였다.


'깍두기'는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과 놀 던 시절을 추억하게 한다. 어린 동생을 데리고 오는 경우처럼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들이 함께 놀다 보면 필연적으로 게임을 이해 못 하거나 신체능력이 떨어지거나 심지어 팀을 나눌 때 잉여 인원이 생긴다. 그 아이들을 '깍두기'라고 명명하고 추가 목숨을 늘려주는 등 능력차를 상쇄시키는 예외를 둔 것이다. 이는 어리다고, 짝이 맞지 않다고 소외시키지 않고 모두 다 같이 놀기 위한 방편이었다.


우리는 늘 그래 왔기에 당연하게 생각한 '깍두기'를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활용한 에피소드에서 대부분의 한국인은 익숙하게 받아들인 반면 외국 시청자들 입장에선 의외일 정도로 인상 깊게 느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어린이 놀이 문화 속 '깍두기'라는 존재에 깃든 '약한 자, 소외된 자를 방치 않고 배려'하는 한국인들의 마음 씀씀이와 '공동체 의식' 자체에 세계인들이 감탄하고 칭찬한다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우리'로 모두를 아우르며 어우러져 커왔던 것이기에 유독 '함께 한다'는 것에 특화된 게 아닌가 싶다.


한국 드라마 한 편이 전 세계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 드라마에 나온 배우부터 한국 놀이, 의상, 음악, 심지어 '생라면 먹는 장면'이나 '제주도 여행' 등 관련된 한국 문화 전반으로 관심이 눈덩이처럼 확대되었다. 심지어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막 읽기 싫어하는 미국인들조차 더빙판보다는 자막판으로 봐야 제대로 드라마를 즐길 수 있다며 권장할 정도다. '오징어 게임'이 일으킨 한국 드라마 인기로 예전 드라마까지 찾아보다 한국 OTT 서비스에 가입하겠다는 '한드 광팬'까지 등장했다.

세계적 현상이 돼버린 그 영향력은 단순히 엔터를 넘어 경제, 문화, 국제적 위상까지 한국이란 이름을 격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앞서 K-pop을 주류 음악으로 끌어올린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에 대해 'BTS 현상'이라고 불리며 세계 음악시장을 놀라게 한 것처럼 말이다.

문화의 힘을 중요하게 여기며 문화강국을 꿈꾸던 김구 선생의 뜻에 따라 한국 사람들과 한국 문화는 이제 단순히 아시아 변방에 머무르던 분단국가에서 벗어나 세계 곳곳에 소프트파워를 발휘하고 있으니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심지어 어떤 나라든 재외교민들의 경우, 한국사람이라는 것만으로도 힙하고 쿨해 보인다 추켜세워주고 관심 가져주니 어리둥절할 지경이란다. 운 좋게 좋은 시대를 잘 타고난 덕을 보는 게 아닌가.

'오징어 게임'이 일으킨 한국 콘텐츠에 대한 높아진 관심 덕분에 한국 영화·드라마 제작이 더 활발해지고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건 인지상정.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처럼 발 빠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한국 콘텐츠 제작에 너나없이 뛰어들 것은 '안 봐도 비디오'일 터이다.

부디 지금처럼 훌륭한 각본과 배우, 연출, 스태프들이 똘똘 뭉쳐 그동안 축적해온 한국 문화만의 강점을 잘 살려 고품질의 개성 넘치는 콘텐츠로 세계인들의 높아진 기대에 부응해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앞으로 공개될 작품들 또한 연이은 성공으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뜨거운 인기가 계속 이어가길 기대한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 이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등 작품성과 인기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고 한국 콘텐츠에 대한 명성을 높이고 있다.)

※넷플릭스 측에서 이례적으로 공개한 시청 구독자 수가 공개 4주 차 기준 1억 4천여 명으로 전체 구독자의 반 이상이 봤다는 수치. 게다가 중국처럼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나라들 시청까지 고려하면 상상을 초월한 흥행이었다. 서비스되고 있는 83개국 1위를 섭렵하고 비공식적으로 90개국에서 1위에 오른 오징어 게임의 인기에 심지어 넷플릭스 주가까지 덩달아 급등했다. 넷플릭스 내부 문건 유출로 제작비 투자 대비 거둬들인 수익이 수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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