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사색 Mar 08. 2022

[드라마 리뷰] 지옥ㅣ두고두고 회자될 놀라운 작품

놀라운 세계관, 불편하지만 엄청난 흡인력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 이미지 출처: 이하 넷플릭스

k-좀비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화제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을 봤다. 먼저 본 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1, 2부로 나뉜 총 6시간짜리 영화를 본다는 생각으로 약간의 간식을 준비하고 미리 화장실까지 다녀온 뒤 시청을 시작했다. 역시나 '지옥'이 펼쳐놓은 세계관 속에 흠뻑 빠져 앉은자리에서 전 편을 봤다.


공개 전부터 넷플릭스 사상 최장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뒤를 이을 기대작이었고 실제 공개 24시간 내 세계 1위에 오르며 화제성을 증명했다. 로튼토마토 최초 신선도 지수 100%를 받으며 평단과 외신 등으로부터 연이어 극찬을 받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리뷰가 쏟아졌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지옥'은 총 6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졌으나 중심 내용 및 등장인물에 따라 크게 전, 후반부로 나뉘어 있다. 1~3화 에피소드에서는 미스터리 현상과 새진리회라는 사이비 종교의 등장이 주가 되고 4~6화 에피소드에서는 새진리회와 광신도들이 장악한 세상에서 그로 인한 갈등과 대립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마지막 화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을 통해 드라마가 차곡차곡 쌓아온 이야기가 통째로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몇 초 동안의 장면은 압도적이다. 그간 쌓아온 모든 것들이 전복돼버리고 새로운 이야기로 다르게 시작될 여지가 드러나면서 시즌2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드라마의 주요 인물과 배경을 드러내는 전반부는 점진적이지만 놀라운 흡인력으로 단숨에 '지옥'의 세계관에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웹툰의 인물들을 살아 움직이게 한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 자체가 개연성을 부여할 정도. (편의상 배우들에 대한 존칭 생략하고 이름만 언급함을 양해 바람.)

드라마 '지옥'의 주연 배우들

유아인, 양익준, 김현주, 박정민 등 이미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주연 배우 외에도 이번 작품을 통해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김신록 배우를 비롯한 씬스틸러 같은 조연들, 단역 한 명까지도 빠짐없이 드라마 속 특유의 암울한 분위기에 찰떡같이 녹아들어 가 있었다. 스포일러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는 조단역 배우들의 짧지만 강렬한 등장과 역할까지 배우들 자체가 '지옥'의 세계관을 현실로 소환한다.

30대 배우 중에서도 빼어난 연기로 인정받고 있는 유아인은 마치 빙의된 것 마냥 드라마 속 인물 '새 진리회 의장 정진수' 자체였다. 이 드라마를 통해 대체 불가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새 진리회 의장 정진수'역 유아인 배우

영화 '똥파리' 감독이자 배우로서 생활연기와 사실적 표현이 돋보이는 반가운 얼굴, 양익준(형사 진경훈 역)과 더불어 여배우로서 원톱 드라마 주연으로 손색없는 연기력뿐 아니라 특유의 바르고 똑똑한 이미지의 김현주(새진리회와 대척점에 있는 민혜진 변호사 역)가 액션 연기까지 몸을 사리지 않았다. 두 중견 배우의 존재감만으로도 몰입도를 높이며 입체감 있는 캐릭터들로 분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새 진리회의 광신도 집단 '화살촉'의 광기 어린 유튜버 역의 김도윤, 지옥행 고지를 받은 2번째 시연자 박정자 역의 김신록의 미친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2부에 등장하는 박정민의 경우, 새진리회의 진실을 마주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방송국 PD 배영재라는 극 중 인물에 녹아들어 사이비 종교와 광신도들로 혼란한 세상에도 한발 떨어져 거침없이 비판하는 등 짜증 나서 화내는 연기가 특히 호평을 받기도. 원진아(배영재 PD의 아내 역)의 현실감 넘치는 모성애 연기도 시청자로 하여금 공감 가는 연기를 펼친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하지 않고 연상호 감독이 만들어낸 문제작이자 앞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괴물 같은 작품 '지옥'을 본 소감을 말한다면, 감독이 오랜 시간 담금질하여 창조해낸 세계관과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만으로도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었다.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지금 당장이라도 보기를 권하고 싶다. 약 6시간 동안 처절할 정도로 정신과 마음이 요동치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나 시청 후엔 호불호가 갈릴 지언정 시청 자체에 대해 후회는 없을 것이다.


이미 정주행 한 시청자뿐 아니라 앞으로 시청하게 될 사람들은 예외 없이 드라마가 끝나도 끝나지 않는 수많은 생각할 거리들을 껴안고 시즌2를 애타게 기다려야 할 터이다. 나 또한 그들 중 하나임은 말할 것도 없다. 연상호 감독의 '지옥'이 그리는 강렬한 여정에 미루지 말고 동참하기 바란다. 

극 중 지옥의 사자들이 시연하는 장면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 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6부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매거진의 이전글 [드라마 리뷰] 오징어 게임ㅣ깍두기에 깃든 배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