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처럼 다양한 장르의 맛있는 혼합, 학생 좀비라는 독특한 설정이 신선
초안만 써놓고 게으름 피우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하루 종일 몰아볼 만큼 재밌는 드라마에 대해 그냥 넘어갈 수 없어 결국 리뷰를 남기기로 했다.
연휴 끝무렵 하루 온종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후 지우학)이라는 좀비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오전 11시에 시작해 매회 오프닝 건너뛰기를 했음에도 총 12회 에피소드를 몰아보느라 새벽 1시가 넘어 끝을 봤다.
12시간 넘는 시간 동안 얼마나 집중했던지 에피소드 사이사이 식사 등 급한 용무 처리 후 곧장 TV 앞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만큼 다음 편이 궁금했다.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 속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 공들인 연출, 실감 나는 배우들 연기(좀비 역을 맡은 단역들도 특별 안무 훈련받았다 함)까지 눈을 뗄 수 없게 재밌었다.
공개 초기 원작 웹툰을 먼저 본 한국 시청자들이 평가를 박하게 줘서 시청을 망설였으나 마침 연휴라 보기 시작했다. 결론은 열일 제쳐두고 하루를 고스란히 집중할 만큼 재밌고 신선했다.
아무리 봐도 진짜 고등학생인 것처럼 어려 보이는 배우들 연기가 안정적이어서 더 인상 깊었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연기가 시청자로 하여금 드라마 속 세계관과 상황이 현실처럼 느껴지고 순식간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지우학은 이미 검증된 원작 웹툰의 명성 덕분에 드라마 제작 이후 큰 기대를 모았다. 특히 한국에선 공개 초기 원작 팬의 아쉬움이 주된 평이었으나 해외 팬과 외신들의 호평으로 공개 첫날부터 넷플릭스 전 세계 1위에 올랐고 식지 않는 인기로 오징어 게임을 이을 히트작으로 점쳐지기도 했다. 탄탄한 스토리도 훌륭했고 학교와 학생을 주축으로 좀비 바이러스에 면역된 절비(절반만 좀비, 이후 면역 좀비)의 존재도 신선했다. 특히 극 중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이야기에 변수가 되는 면역 좀비의 활약이 극의 재미를 가중시켰다.
속도감 있게 거침없이 몰아치는 초반은 눈을 떼기 힘들었다. 특히 학교라는 공간에서 무기도 없이 우왕좌왕하던 학생들이 점차 다양한 지형지물을 활용해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중반 이후 살아남은 학생들이 좀비에게 쫓기고 생존을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반복되는 상황이 지루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캐릭터들 간의 관계와 감정에 파고들다 보니 한국적 신파와 눈물바람이 시작돼 조금 늘어지는 듯 느껴졌지만 이 또한 충분히 공감 가능했다.(특히나 해외 팬들에게 K신파의 강력한 정서적 침투로 공감과 감동을 선사해서 세계 시청 1위로 만들었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아이들의 몸부림과 투쟁을 지켜보며 마음으로나마 함께 뛰고 함께 싸우며 생존을 위해 애쓰는 아이들을 응원했다.
+++아래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아직 시청 못 하신 분들은 감상 후 읽기 바랍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빌런과의 결전으로 희생된 친구들을 뒤로하며 마침내 11화에 생존한 학생들은 무사히 안전지대로 가고 12화에는 몇 개월의 시간이 흘러 계엄령이 해제되면서 좀비로 폐쇄된 도시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학교 옥상의 불빛을 보고 혹시라도 헤어진 친구들 또는 생사불명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수용소를 탈출해 학교 옥상에 간다.
모닥불이 피워져 있는 옥상에서 언젠가의 약속처럼 면역 좀비가 된 반장을 만난다.
"나 같은 애들이 몇 더 있더라. 몇 명은 학교 밖으로 도망간 거 같은데 아직 남은 애들이 있어."라고 말한 반장이 잠시 뒤 어떤 소리에 옥상 아래로 몸을 날리며 끝이 난다.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안배하는 열린 결말이었다.
끝까지 의문을 남긴 주요 인물의 회생여부, 반장처럼 면역 좀비가 된 이후의 이야기 등 인물과 상황에 대한 속 시원한 뒷 이야기와 인간과 좀비 시점의 전복 등 해석의 여지가 많아 시즌2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감독의 말처럼 시즌2가 좀비 중심의 스토리로 전개된다면 어떤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어떤 갈등과 사건 속에서 어떻게 세계관을 확장시켜가며 해결해 나갈 것인지 몹시 궁금하다.
돌이켜보면 좀비 영화의 재미있는 클리쎄는 적절히 차용하되 면역 좀비의 존재를 반전 장치이자 극에 역동성을 불어넣어 주는 데 사용한 점이 흥미로웠고 새로웠다. 어른이 아닌 학생들이 주인공인 점도 신선했고 여럿이 그룹이 되어 함께 의사 결정하는 모습이 현실적이면서 다양한 의견들 속에 갈등과 화해를 거치며 성장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실제 각종 리뷰 사이트 및 국내외 언론들 또한 높은 평가를 내놓고 있고 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기록이나 수치 등이 인기를 증명했으며 역시 K드라마라며 너도나도 추켜세우고 유튜버들의 리액션 영상이 넘쳐났다. 학생 좀비라는 독특한 설정 속에 어른들이 구하러 오지 않아 결국 스스로 탈출에 성공한 학생들의 고군분투가 놀랍도록 흥미진진했다.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부터 이미 다음 시즌이 기다려질 만큼.
혹자는 말한다. K드라마가 중독성이 강한 이유에 대해, 시청자와 정서적 연결을 통해 공감과 몰입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라고. 기존 미국 중심의 드라마에서는 주로 사건 위주인 반면 영리하게 장르를 버무린 K드라마는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캐릭터의 서사를 활용한 신파가 차별화가 되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고 세계적 흥행이 가능했다고.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된 학생들이 구조를 기다리며 살아남기 위해 함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