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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남 Mar 23. 2016

아들아 아빠도 추운 겨울이 싫다

아들아 이제 봄이 오는 것 같아 아빠는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우리 집 온도계 수은주가 이제는 가뿐하게 20도를 넘어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네가 태어나기 전에는 집에 웃풍이 있어도 엄마랑 그럭저럭 지냈는데, 네가 태어나니 지금 살고 있는 집은 한없는 원망의 대상이 되었다.  신혼 때 아파트를 구해 이사를 했어야 했는데 하는 때 늦은 후회를 하기도 하면서, 너를 이 추운 곳에서 생활하게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다시 봄이 오고 날씨가 따뜻해지니 잠시 이 고민은 벗어나겠지만, 다시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면 아빠는 너에게 미안해질 것 같다. 우리 집은 평상시 겨울 집안 온도가 20도가 안 되는 곳이라 니 얼굴은 항상 빨개져 있었고, 격일로 너를 목욕시킬 때면 이집의 한파 때문에 너는 언제나 입술이 덜덜 떨곤 했다. 아들아 겨울은 따뜻하게, 여름은 시원하게 지내게 못해줘서 미안하다. 우리 집이 2층이란 특성 때문에 그런지 여름엔 더 덥고, 겨울엔 더 추운 것 같아 정말 미안하다. 최근에는 난방 텐트라는 것이 생겨 그나마 조금은 더 따뜻하게 지내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한 것이 아니기에 아빠의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우리 아들 언제나 씩씩하고 밝아서 아빠는 항상 감사하다.

남들은 아빠가 이렇게 사니까, 너무 아끼는 것 아니냐, 집에 벽지에 돈을 발라 놓은 거 아니냐 우스개 소리를 하는데, 아빠도 보란 듯이 정말 예쁜 집 짓고 우리 가족들과 화목하게 살고 싶은데 아직 여건이 허락되지 않음을 이해해다오.

 춥고 힘든 대신 봄이 오면 옥상에서 각종 야채를 키우는 솔솔 한 재미도 있잖냐. 옥상 있는 우리 집이 아빠는 너무 좋다. 하지만 좀 비좁아서 걱정은 되는데, 좀 더 네가 클 때까지는 여기에 있을 생각이니까, 다음 겨울이 올 때는 좀 더 어떻게 하면 추위를 물리칠지 고민해 보자. 오늘도 추위를 피해 난방 텐트에서 잘 우리 가족들. 모두 미안하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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