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수육도 좋아하는 우리 똥강아지.
아들아. 너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할 길 없어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아니 미안한 것도 있기는 한데 가끔 잘한 것도 있지 않았나 싶어 이렇게 글을 쓴다. 무얼 잘했다고 할까? 고민을 해보니 바로 짜장면이 떠 오르더구나.
엄마 없이 아빠랑 외출하다 식사시간 다가오면, 먹었던 짜장면.
"규진아 우리 점심 뭐 먹을까?" 하면 넌 뭐 고민도 별로 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짜장면이란 대답을 하곤 했지.
물론 지금도 네가 제일 좋아라 하는 건 짜장면일 테지만, 꼭 짜장면과 탕수육은 같이 있어야 한다는 니 논리 때문에 때론 쉽게 때울 수 있는 식사가 값비싼 식사로 바뀌기도 하지만, 다행히 우리 집 주변에는 탕수육이 1만 원 정도 하는 데가 많아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다. 너도 기억하고 있을 거다. 나중 되면 까먹을지 몰라도.
그래서 이렇게 흔적을 남겨 놓는다. "아빠가 나에게 해준 게 뭐야" 이러면 난 이글 보여 줄 거다. 니랑 외출하면 엄마가 잘 안 사주던 간식도 사주고 우리끼리 짜장면도 먹으러 간 것. 그것이 너에게 해준 거다. 뭐 큰 거 바라지 마라. 큰 거 해줄 수도 없지만, 괜히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 니 앞길은 네가 알아서 개척하고. ㅋㅋ
오늘도 동생과 즐겁게 놀고 있을 널 생각하니 아빠 얼굴에 저절로 웃음이 묻어난다. 참 너란 존재 알다가도 모르겠고, 모르겠다가도 항시 고마운 존재란 걸, 매일매일 깨닭으며 살아간다. 어제도 밤에 자다 일어나 울며, 아빠의 잠을 깨울 때는 정말 미운데, 퇴근하고 집에 가면 네가 웃으면서 달려오는 그 모습에 밖에서의 짜증이 날아가 버린다. 요즘 조금 컸다고 잔소리도 하는 너지만, 아빠는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
오늘 저녁은 엄마가 맛있는 두부조림 해 놓는다고 했는데, 아빠도 퇴근을 빨리 서둘러야겠다. 잠시 후 집에서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