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어떻게 지낸거야?
25년 11월 05일 오전 11시 02분
아침에 병원을 다녀오느라 이제야 글을 쓴다. 월요일엔 찬섭이 장모님이 돌아가셔서 익산에 간 김에 군산을 다녀왔다. 그래서 화요일에 글은 쓰지 못했다.
월요일부터 급격히 기온이 떨어지더니 늦가을 향기가 솔솔 난다. 산들도 옷을 재빨리 바꿔 입으면서 겨울 오기를 대비하는 것 같다. 자연은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적응을 잘하는 건가? 분명 저번 달 까지는 여름이었는데 그때는 니들도 파랬는데 이렇게 날씨 바뀌는 걸 미리 알았다는 듯이 옷을 바꿔 입는다고? 니들은 어찌 아는 거냐? 니들끼리도 메신저가 있나? 참으로 신기하고 오묘하다. 그런 거에 비하면 우리의 일상은 참으로 예상가능하고 싱거운 게 아닐까?
조문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기 전 J에게 연락을 했고, 추석 때 통화한 일이 있어서 그랬는지 전화는 잘 받아 주었다. 저녁에 뭐 하냐며, 저녁 약속 없으면 같이 저녁이나 먹자 했다. 일이 조금 늦게 마칠 거라 했고 난 기다린다고, 마치면 연락하라 했다.
그렇게 월요일 저녁 오랜만에 J(옥)를 만났다. 매번 명절 때 모이는 자리에도 참석을 하지 않아서 근 5년 넘게 보는 거 같았다. 짜슥 모습은 그대로였고, 여전히 귀여운 모습이었다. J차를 타고 식사장소로 갔다. 가면서 근황도 묻고 바뀐 차 이야기도 들으며 움직였다. 새로 산 애마는 최근 3월에 뽑은 거라 했다. 난 디젤인 줄 알았는데, 가솔린이며 하이브리드라 했다. (내가 하이브리드는 잘 알 쥐. 벌써 우리 집 오닉이가 10년이 다 되어 간다.) 작업을 위해서 공구도 싣고 다녀야 돼서 이 차로 장만하게 되었다고 한다. 취미나 개인적인 용도의 차가 아닌 ‘생활을 위한 차’였다.
“뭐 먹으래”라고 물으니 쌈밥집을 가자고 했다. 쌈밥집? 요즘 건강을 생각한다면 아주 좋은 메뉴인데, J 입에서 쌈밥을 들으니 조금 어색했다. 당연히 삼겹살이나 치킨 이야기 나올 줄 알았는데. 짜식 은근히 몸 챙기네.
아~ J의 소개가 빠졌다. 먼저 소개를 하고 다음 이야기를 전개하겠다. J는 나의 고등학교 동창이다. 2학년 때 같은 반이 되어서 지금까지도 안부를 주고받는 친구다. 군산 오면 얼굴 보는 고등학교 모임의 친구인데 이놈이 요즘 몇 년 동안 잠수를 타서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다. J는 3학년 때 7반 우리 무리는 8반이었다. 바로 옆반이라 J는 매 쉬는 시간마다 우리 반으로 출근을 했고 우리 반 담임선생님도 J에게 8반하라고 8반에서 더 자주 보인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J네 집은 문화동 주택가에 있었는데 이 공간은 우리의 아지트였다. 방이 2층에 있었는데 마당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굳이 1층을 통과해서 올라가지 않아도 되기에 너무나 좋았다. 우리만의 독립된 공간이었고 말 그대로 우리들의 천국이었다. 2층에는 J의 형님과 동생이 있었는데, 거의 마주치지 않았었고, 아직도 난 그 형제분들을 본 기억이 없다.
그리고 J의 집은 군산의 중앙 쪽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모든 친구들이 오가기에 편리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자주 갔을지도 모른다. J의 방에는 컴퓨터가 있었고, 침대도 있었고, 그 시절 제일 핫 했던 인터넷도 연결되어 있었다. 지금보다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았지만, 온라인 게임도 하고, 엽기 영상도 찾아보며, 인터넷이란 기술의 이득을 마음껏 누리고 지냈다. 바로 이런 곳이 J의 방이었다. 이런 사랑방을 가지고 있던 친구가 어느 날부터 잠수를 타고 연락이 안 되서 친구들끼리 걱정도 많이 했다. 그러고 보니 저 시절에도 J는 잠수를 탔다. 삐삐 쳐도 연락이 안 되면, 더 이상의 연락을 취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카톡도 없었고, 휴대폰도 활성화되기 전이라. 가끔 집으로 전화를 하면 되지만 J의 동생이 아닌 형누나가 받으면 괜히 송구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친구들과 J집 근처 호프집에 모여 어떻게 하면 J를 찾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는 주변 PC방을 뒤져보자는 생각에 이르렀고, 우리는 J집 주변 PC방을 들락거리며 J를 찾으러 다니곤 했다. 그러나 이런 걸 미리 예견했는지 주변 PC방에는 없었고, 다음에 만났을 때 물어보니 다른 동네 PC방에 있었다고 했다. 그때 우리가 조금만 더 반경을 넓혀서 찾아보았더라면 J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
J의 게임 ID가 ‘꼬북이’ 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거북이처럼 가끔씩 잘 숨는다. 이번에도 그렇게 숨는 장기를 뽐내며 몇 년간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런 J를 다시 보니 너무 반갑고 기뻤다.
반주삼아 소주 한잔씩 하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최근에 외국 갔다 왔다고 들었는데 다음에 언제 또 나갈 건지 등 그동안 못 봐서 궁금한 것들을 한가득 물어보곤 했다. 여전히 차분하게 하나하나 다 대답해 주는 J를 보면서, 저번에 본 영화의 대사가 떠 올랐다.'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세월이 변하지’ 우리 J는 여전했다. 주변 친구들 소식도 궁금했는지 몇 친구들의 근황을 물어봤고 그중 K사장에게 전화를 해서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해 주었다. K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J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냐고, 다음에 군산 가면 다 같이 보자고 약속을 했다. K사장과 J는 둘이 비슷한 업을 하고 있어서 한참을 전문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들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전기쟁이들 이야기를.
식사를 마치고 차 한잔하러 커피숍에 들렀다. 커피숍 가는 도중에 J의 여인들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했었고, 우리와 잠시 잠수를 타서 통신이 끊어진 기간에도 새로운 여인을 만나고 헤어짐을 가졌다고 했다. 빨리 좋은 짝을 만나야 할 건데. 이렇게 성실하고 착실한 신랑감이 없는데, 왜 주변에서는 그걸 못 알아 봐주는지. J의 여인 이야기를 들을 땐 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라도 주변에 아는 지인이 많으면 소개를 해 주겠지만, 나도 남중, 남고 공대 테크를 탄 사람이라 주변에 이성 지인이 별로 없어서. J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