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포스팅을 하고 딸은 비즈니스를 한다

9살 프로 먹방러의 아주 사적인 ‘비즈니스’

by 엄마사람

나는야 N년차 블로거. 블로그 체험단을 시작하고 나서 우리 집 외식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음식이 나와도 섣불리 젓가락을 들 수 없다.

“잠깐! 엄마 사진 찍어야 해!"라는 내 외침에,

11살 언니는 익숙한 듯 기다려주고, 10살 동생은 얌전히 두 손을 모으고 기다려주고,

아빠는 열심히 요모조모 블로거의 남편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

이제는 아이들도 제법 '체험단 가족'의 면모를 갖췄다.


특히 먹는 것에 진심인 우리 집 둘째는 맛집에 갈 때마다 거의 미식가 수준의 평을 내놓는다.

고기를 잘 구워주신다던가, 여긴 찐맛집이라던가, 각종 감탄사를 연발한다. 블로그 리뷰는 내가 아니라 얘가 써야 할 것 같다.

그날도 체험단으로 선정된 어느 파스타 집에서였다.

소스까지 싹싹 긁어먹은 둘째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입가를 닦더니, 갑자기 비장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 여기는 찐이야. 내가 인정했어."

그러더니 성큼성큼 카운터로 걸어갔다. 나는 계산할 것도 없는데 아이가 왜 저러나 싶어 지켜보고 있었다.


”사장님, 여기 명함 있어요? “

사장님과 몇 마디 나누던 아이의 손에는 반짝이는 명함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자리에 돌아온 아이는 소중한 보물을 얻은 것처럼 명함을 지갑에 쏙 넣으며 말했다.

"사장님한테 너무 맛있다고 말씀드렸어. 다음에 가족들이랑 또 오려고 명함 받아왔지!"

사장님은 뒤에서 허허 웃으며 "꼬마 손님이 인정해 주니 오늘 장사 다 했네요!"라며 흐뭇해하셨다.

블로거인 엄마는 사진 찍고 글감 정리하느라 바쁜데, 아홉 살 딸내미는 벌써 사장님과 '비즈니스'를 트고 온 것이다.


집에 돌아와 책상을 보니, 아이의 보물상자에는 맛집 명함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블로그 체험단은 나에게 '콘텐츠'이고 '취미'이지만, 아이에게는 '진짜 맛있는 세상을 알아가는 통로'였나 보다.

체험단 덕분에 공짜 밥을 먹는다는 즐거움보다,

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사장님께 다가가 고마움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게 더 큰 소득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내 블로그 조회수는 폭발하지 않아도, 우리 집 둘째의 '명함 컬렉션'이 늘어갈수록 우리의 외식은 더 풍성하고 유쾌해진다.

“엄마 오늘 저녁은 뭐 먹으러 가요? ”

아이의 머릿속엔 벌써 내일의 '맛있는 24시간'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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