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동갑 엄마들 모임에서 일어난 '대참사'

아이의 입은 엄마의 마음보다 빨랐다

by 엄마사람

아이의 초등학교 1학년 시절, 나는 반대표 활동을 시작하며 새로운 엄마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대부분 나와 비슷한 또래이거나 나보다 조금 어린 엄마들이 많을 거라는 막연한 예상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첫 반대표 모임에서 마주한 풍경은 예상과 사뭇 달랐다. 나보다 훨씬 언니 같아 보이는 분들이 훨씬 많았던 것이다.



"다들 반가워요! 저는... 8살, 7살 엄마인 (이름)이에요. “


어색함을 풀기 위해 내가 먼저 넉살 좋게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띠동갑 훌쩍 넘어 보이는 포스 넘치는 언니들 사이에서 나름의 애교를 부려본 것이다.

몇몇 언니들이 피식 웃으며 "나이는 몇 살이에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때였다. 내 옆에서 조용히 쿠키를 먹던 당시 1학년 우리 딸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엄마들을 스캔하며 우렁차게 외쳤다.



“저희 엄마가 제일 어릴걸요? 엄마는 32살이에요.”


커피는 뿜지 않았지만, 엄마들의 영혼은 탈탈... 나는 얼음..

순간, 왁자지껄했던 카페 안에는 냉장고 문이 열린 듯한 정적이 흘렀다.

나보다 띠동갑은 족히 넘어 보이던 언니들의 표정은 굳어졌고,

그들의 시선은 내 딸아이에게서 나에게로, 다시 내 딸아이에게로 혼란스럽게 옮겨갔다.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얼버무려 보려던 '막내 애교 작전'은 딸아이의 팩트 폭격 한 방에 산산조각 났다.


"아... 아닙니다.. 얘가 가 뭘 잘 몰라서..."

애써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활짝 열린 판도라의 상자를 닫기엔 역부족이었다.

언니들의 얼굴에 미묘한 미소가 번졌다. 그날 나는 강제로 '반 막내'를 넘어 '반 최연소 강제 등극'을 당했다.



이제 11살이 된 그 아이는 여전히 나의 나이를 시시때때로 동네방네 알리고 다닌다.

1학년 때는 몰랐다.


아이가 내 나이를 말하는 것이,

내가 어린 '막내'로 대접받는 걸 자랑스러워했던 아이만의 방식이었다는 것을.

(물론 지금도 민망한 건 매한가지지만!)


오늘도 나는 띠동갑 언니들과 함께 커피와 맥주를 마신다.

비록 나이는 어쩔 수 없지만, 마음만은 1학년 그날의 아이처럼 해맑게 살기로 했다.

내 나이를 가장 정확히 기억하고,

때로는 나를 '어린 막내'로 만들어주는 든든한 '나이 측정기' 딸들이 곁에 있으니까!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