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외로웠을 너에게
오늘 문득 네 생각이 났어.
그때 너는 다른 집 문 앞에 서있었지.
다른 친구들에게 차마 너네 집을 보여줄 수 없었던 거야.
그래도 나름 학급 반장이었는데 너희 집이 좁다란 골목 끝 다닥다닥 붙어있던 곳이라는 것을 숨기고 싶었을 거야.
네가 서있던 그 문 앞은 너의 이모집이었지.
네가 동경하던 그 사촌언니의 집.
그 집에는 근사한 피아노도 있었고 이층집 옥상에서 마당을 내려다볼 수도 있었어.
그 언니는 색색의 편지지와 예쁜 스티커도 많이 가지고 있었어.
그래서 그날도 너는 너희 집으로 가지 못하고 우르르 쫓아오는 너희반 친구들을 의식하며 그 이모네 집 앞에 서 있었던 거야.
그 꼬마는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가난이 그렇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어른들은 말했지만 자존심 상하고 속이 상하는 일임은 분명해.
그때의 너와 지금의 내가 함께 있어줄게.
한참을 이모네 집 문 앞에 들어가 서있던 너는 아이들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너희 집으로 가곤 했어.
힘들었겠다.
그 꼬마는 얼마나 삶이 버거웠을까.
아무도 그 아이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았지만 지금의 내가 너에게 그 말을 해주고 싶어.
힘들었었겠다고. 그리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었다고.
세상에 하고 싶었던 것도 꿈꾸고 싶었던 것도 너무 많았던 너는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것도 꿈꿀 수 있는 것도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느꼈었을거야.
하지만 지금 이렇게 너의 삶을 또렷이 살고 있는 너를 보면 그때 그 꼬마도 분명 지금의 너를 자랑스러워할 거야.
스스로 충분히 잘 해냈다고 기뻐서 손뼉을 쳐줄 거야.
멋지다고. 근사하다고 말해줄 거야.
정말 애썼다고 잘해왔다고 엄지손가락을 하늘 높이 번쩍 들어 올려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