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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사라진다 해도,

by 하늘빛

독립서점의 스산하지만 무거운 습기에 나를 맡겨본다.
수소문해 찾아간 맛집의 기나긴 대기줄 끝에 서본다.
값나가는 빵을 쟁반에 양껏 올려본다.
혼자 여행을 떠나본다.

바다를 지루하게 바라본다.

바닷가에 살고 싶단 소망을 품는다.
바람, 노을, 나무, 별, 숲에 물들어 본다.
그래 결국엔 술, 그게 정답이다.
역시나 그 모든 중심엔 사람들이 있었다.
친구만 있다면 여전히 삶은 즐거울 수 있다고 믿는다.

다시 한번 깨닫지만 내 직업은 내 적성과 절대 맞지 않는다 확신한다.
여전히 현실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의 괴리를 경험하다
인생 뭐 있나 싶고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사라진다면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은 인생이지 않나 싶다가 자아 성찰과 자기 검열의 시간이 오면 울적해져 그래도, 나라도, 적어도... 날 미워하지 말자
하루에도 열두 번 나의 감정은 롤러코스터를 타지만..
내일모레 반백년인데, 참 철도 없지만..
언젠간 근사한 나만의 책방을 열거라 다짐하고
한편으론 꼭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 위로하는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식상한 표현을 답습하는
매일매일 글 쓰는 장수풍뎅이, 장수하늘소, 장수막걸리, 그냥 장수로 전생에 태어나지 않았나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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