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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빛 Jun 07. 2024

불면과 악몽 사이

촉발

오랜 시간 잠들지 못했다.

밤새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지만 나는 그것이 불면인 줄 몰랐다.

잠들기 전에 으레 그날의 일과를 곱씹어 보는 것은 늘상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그날의 마지막 의식이라 여겼었.


하지만

그런 삶이 항상 매일같이 지속되었다는 것, 그것이 문제였다.




누워서 나는 그날 내가 했던 말과 행동을 검열했다.

누군가와 심한 갈등이 있었던 날은 더더욱 그랬다.

그 일의 전반과 후반을 꼼꼼히 반추하지 않으면 안 됐다.


그것은 전적으로 내문제였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들도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것은 나의 결함 때문이었다.

내 안에서 촉발된 불안 때문이었다.


결국 그날에 지극히 옹졸했던 나와 나 자신에 대한 폄훼, 예민하기 그지없던 나의 민감함에 극심한 비난, 그것밖에 해결책은 없었다.



너란 사람은 늘상 왜 그리 사사건건 참지 못하고 너란 사람은 늘상 왜 그리 모든 일에 예민한 것인지..

왜 너는 그렇게밖에 못하느냐고..

러면서 나는 꼬박 하루 밤을 새우고 또 하루를 잠들지 못했다.


그것은 불면증이고 그것이 다음 날의 나를 더욱 예민했다.

불면의 밤은 그렇게 지속되고 있었다.


늘 깨어있는 나의 뇌를 쉬게 하고 싶었다.

수면제-

하지만 그것은 나의 의지로 내 신체를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만 들게 할 뿐이라면서 나는 그것이

결국, 나를 잠들게 하는 것보다 더 버거운 일임을 깨달았다.


잠들자, 잠들자, 푹 자도 된다. 괜찮아. 내일은 출근하는 날도 아니잖아. 오후 늦게까지 자도 괜찮아. 내일은 주말이야.


하지만 나는 그날도 그다음 날도 여전히 그날에 일었던 소소한 갈등과 실수를 곱씹으면서, 왜 그때 그 상황에서 그 말을 야무지게 하지 못하고 바보처럼 가만히 있었냐고 또 스스로를 나무랐다. 그러다 울컥하고 눈물이 치밀어 오르고, 그때 나와 무관했던 타인의 억울함까지 함께 느끼며 울먹였다.



자야지. 그래야 네가 살지.

잠들자. 그래야 네가 살지.

자자.

제발, 자자.


그러다
잠깐

악몽
불면과 악몽

차라리 불면


나는 제대로 나를 잠들게 하지 못하고

밤새 도망 다니고

뛰어다녔다.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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