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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빛 Sep 26. 2024

월화수목

토요일이 빨리 오길

근데 아들, 언제쯤 군대 갈 예정이야?
대학 졸업하고 가는 건지 아닌지 궁금해서.


공군 준비를 하던 아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수가 점점 높아진다고 하자 나도 모르게 물었다.

언제 가든 가겠지 하면서도 이러다가 군대 가는 것마저 어려워질 것 같아 내심 걱정이 됐다.


사실 군대 얘기는 1학년 1학기부터 시작됐다.

어느 날 갑자기 헌혈을 하고 와서는 8월에 군대 갈 거라는 말에 아니, 고등학교 이제 막 졸업한 녀석이 무슨 총을 들고 군대를 간다는 걸까 하는 생각에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어쩌면 아들은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엄마인 내가 마음의 준비가 안 됐던 것 같다.

대학입시 준비하느라 고생했는데 입학하자마자 군대라니 이제는 함께 여행도 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싶었던 것이 나의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군대는 무슨, 이 더운 날. 선선해지거나 따뜻할 때 가라며 자꾸 미뤘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2학년이 되고 또 3학년이 되니 슬슬 이러다 정말 점수 채우면 커트라인 높아지고 또 높아지다가 결국 그냥 아무 데나 가게 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내심 걱정이 됐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엄마 나 두 달 후에 군대가. 엄마가 걱정할까 봐 사실 갈 때쯤 말하려고 했는데 나 가기로 됐어.


헉... 그날 그 놀라움과 동시에 약간의 안도, 그러나 여전히 보내기 싫은 마음, 그러면서도 또 걱정, 그러나 다행인가 싶은 여러 가지 감정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이제 진짜 한 달 남았구나. 이제 이주 후면 가는구나. 이제 내일모레네.

그러면서 퇴근하고 오면 뭘 해줄까 고민하고 괜스레 아들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식탁 앞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 녀석이 벌써 이렇게 컸다고.


시간 진짜 너무 빠르다.


초등학교 간다고 가방 메고 다닐 때가 엊그제 같은데 교복 맞춰 입고 중학교 가더니 대학 간다고 고등학교 때 여기저기 학원 다니고 그러다가 벌써 군대 갈 나이가 됐구나.


이제 아들이 엄마를 지켜주고 엄마에게 안심을 시켜주고 엄마를 도와주고 엄마를 위로해 줄 만큼 컸구나.


그리고 이제 군대를 가는구나 하면서 눈물이 글썽였다.


남들 다 가는 군대라고 하지만 이렇게 귀한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엄마의 마음은 여전히 어린아이를 물가에 내놓은 것처럼 마음이 쓰인다.


모든 엄마의 마음이 이럴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우리 어머니들의 마음도 더 크게 느껴진다.


아들, 늘 보고 싶지만 오늘 더 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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