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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4. 2024
생활기록부 작성
(수, 우, 미. 양, 가) -> 척도로 회귀
가장 담백한 것이 가장 명료한 척도일 수 있다.
학기말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면서 드는 생각이다.
글짓기 선생님이라는 수식어가 딱 맞는 요즘, 이렇게 작성한 생활기록부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학생이 일 년 동안 학교 생활을 하면서 있었던 매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이미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한사람의 삶에서 어떤 부분을 중요하다 여기고 어떤 부분은 삭제 해야하는가? 그것 역시 이미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 교사마다 학부모마다 학생마다 중요하다 여기는 가치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기술하기도 벅찬데 수업하는 학생 150명을 두 학기로 나눠 총 300명 가까이 되는 학생의 교과 세특을 기술하고, 담임교사인 반 학생의 자율활동과 행동발달상황, 진로 활동 그리고 동아리 활동 및 다양한 학교 행사를 기술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싶다.
정말 당신은 가능하다 여기는가?
또한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면서 과연 아이의 부정적인 태도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 언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학생들의 생기부는 좋은 말로 포장될 것이 분명한데 과연 당신이라면 이렇게 씌여진 생활기록부를 보고 아이들을 평가할 수 있을까?
결국 글짓기 잘하는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된다는 것인가?
나 자신에 대한 일련의 상황이나 태도에 대해서도 기술하기 어려운데 매해마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얼마나 정확하고 자세히 기술할 수 있을까?
또한 학교에서 수업시간마다 엎드려 있는 아이를 엎드려 있다고 기술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그렇게 사실을 서술하지 못한다면 이 생활기록부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것에 대해 되묻고 싶다.
불가능한 일을 마치 교사의 역량 부족 또는 노력 부족, 학생에 대한 애정 부족으로 몰아세우고 교사이기 때문에 이 많은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관찰해서 기술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애초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당신들은 여러해 아니 한 해 동안 함께 근무하는 사람의 행동발달상황이나 그의 업무능력, 인간관계, 그의 진로나 앞으로의 삶의 계획, 가치관에 대해 서술할 수 있는가? 그것도 일 년에 300명 정도를 기술할 수 있는가? 그것도 긍정적인 부분만을 부각하면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