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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은 Jan 02. 2021

기와가 낡았다오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하염없이 동네만 돌았다.

그들의 세상이 동네가 전부인 마냥.


누굴 위한 인생을 살았을까.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자신의 하루를 채워야 할지 모르는 백발의 노인은

뒷짐을 지고 살아온 세월을 되짚는 느린 걸음으로 동네를 돌았다.


골목의 끝 집 숙자의 생사만 확인하고 돌아서는 길.

새끼를 밴 것을 보고 입꼬리를 올리는 노인은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간다.


불 꺼진 집에 들어서는 길.

집 안의 온기를 채우기엔 노인의 체구가 한없이 작다.

자비 없는 잠은 해가 지날수록 달아나기만 한다.


깜깜한 밤을 홀로 지새우니 하루의 끝을 알 수가 없어

마당 한 바퀴를 돌며 달빛을 원망스레 담았다.


닭도 울지 않는 시간, 새벽빛이 머리맡을 어슬렁거린다.

마루에 앉아 가지런한 신 위에 발을 포개 얹었다.

앙상한 가지와 바람에 나부끼는 마른 낙엽이 노인의 발 언저리에서 휘이-  장난을 친다.


오늘도 대문을 나서며 인기척을 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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