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시]
그 자리를 기억할까.
당신이 건반 위에서
위로의 시를 읊던 낯선 날을.
모르는 게 많아서 조심스럽다
말하는 당신의 목소리는
무심하게 나를 쓰다듬고
나는 무신경하게 치유받았지.
우리의 간격이 가까워서
한 뼘만큼 나를 밀어내던 당신에게
한 걸음 다가갔던 순백한 사이.
눈을 맞추는 것은 고백인가.
띄워진 거리는 안중에도 없이
입 맞춰 오선 위를 거니는 우리는
얼마의 사이, 어떤 사이가 되었을까.
사랑하다는 말은 흔하다며,
사랑이라 고백하는 것은 낭만이 아니라고
검은건반과 흰건반 위에 내 손을 포개어
여든여덟 번의 시간을 그리던 당신.
앙다문 입술 사이로 멜로디를 흘려보내면
나는 보란 듯이 입을 맞춰 시를 띄워요.
한 뼘만 당겨주세요. 한 걸음은 너무 가까우니.
노래가 되어 함께 울려 주세요.
그렇다면 나는 내 모든 글을 모아
음의 이야기로 당신께 갈 테니.
캐럴처럼 때마침 울려 내가 갈 곳이 되어주세요.
낯선 날, 내가 만난 것은 선율이고
내가 만진 것은 잡히지 않는 목소리며
설레어 본 것은 다만, 당신의 눈 맞춤 정도.
낭만적이지 않은 고백은 미루고
지금은 낯선 당신에게 한 뼘 거리에서
연필 끝의 고백을 빼곡하게 채웠어요.
I can't make it through without
a way back into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