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보듯 뻔한 명백한 시간
'불 보듯 뻔한 내일' 혼잣말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 거야'하고
냉정한 질문이 날아왔다.
한참 초여름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흔들 거리는 초록 잎사귀를 바라보고 있을 때.
내가 반짝이던 순간에 얼음물 같은
질문을 던지던 사람.
나는 꿈에서 깨어나 듯이
무언가로부터 깨어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준비되지 못한 대답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표정 없는 그를 가만히 볼뿐이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눈.
마치 '안녕?'과 같이 일상의 인사를
건넨 것처럼 태연한 그의 눈빛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지나가지 않은 시간', '주어지지 않은 기회'와 닮은 그.
그는 내일과 닮았다.
그는 단 한순간도 내 곁을 떠난 적이 없다.
깊은 바닷속의 공포가 아닌, 광활한 우주를 만난 듯
호기심 어린 표정이 지나간다.
반짝이는 동공으로 뛰어들고 싶어.
담기고 싶다, 말했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여전한 그의 눈동자에서 공허함이란 찾아볼 수 없다.
세상에 떠다니는 모든 기대, 모든 소원처럼 설레발이 난무하는 공백.
보이지 않는 박동이 그에게 있다.
자정이 온다. 당연하게 찬란하거나 대단하지 않은 내일이 온다.
불 보듯 뻔한 명백한 시간. 눈을 뜨는 것은 기회이고,
자정 이후의 움직임은 주어진 시간을 누리는 행위.
바람과 푸른 잎사귀를 지나쳐 그를 바라봤다.
질문을 던지던 표정 그대로 나를 보는 내일.
알아차린다. 오늘을 보낸 내일의 나를.
그런 안심
그런 평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