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낮이기도, 밤이기도, 새벽이기도 했다.
발을 맞춘다는 말이
다정하다는 걸 알아
같이 걷고 있다는 게
계절의 시작만큼
싱그럽다는 걸 나는 알아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걸었을지 모를 걸음을 맞췄다.
느릿느릿 걷는 고양이 옆으로
발자국을 새기면 눈치 빠른 꼬리가
갸웃한다. 나를 먼저 알아차린다.
가냘픈 다리로 노을의 꼬수운 냄새를
쫓듯이 앞으로만 걷는 비둘기와 나란히.
잠시 멈춤. 같이, 함께하기 위해 멈춰있다.
작은 생명은 길 위에 맥박을 찍듯 행렬했다.
개미의 숨소리에 한 걸음만 보태었다.
모르게 같이 걸었다.
때는 낮이기도 밤이기도, 새벽이기도 했다.
말 없이 걸었던 걸음에 숨이 남아있다.
혼자 걸었던 길이 있었을까.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보폭을 나누던 다정.
숨을 쉬던 기록, 걸음으로 쓰인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