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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은 Oct 15. 2021

그리움

그립다 말하기가 겁나

모처럼의 휴일.

버스를 타고

경주로 갈 작정이다.

아껴뒀던 니트를 꺼내 입고

가방에 필기구와

필름 카메라를 챙겼다.

계절이 완연한 순간을 담고

수줍은 걸음을 숨기지 않고 걸었다.

고소한 라떼를 찾아

입안 가득 라떼향이 배여 들기를

기다린다. 기다린다.

포만감에 가슴을 토닥였다.

마음의 배부름을 확인하는 듯이.

노을마저 휴일의 마무리를

정성스럽게 포장하는 하루.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창문을 열었다.

가을 냄새가 불어온다.

다듬어진 마음이 울렁거리고 균열이 생겼다.

아직도 그치지 못했다.


뜬금없이 눈물을 훔치고

어울리지 않는 감정을 다독이지만

세상의 모든 행복이 그리움 하나 이기지 못한다.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그리움을 무슨 수로.

무슨 수로 이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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