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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붉은낙타 Apr 19. 2020

강아지

어제 아이들과의 나들이에서 강아지를 만난 일이 있었다. 센터로 돌아갈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아이들을 모아서 내려가자고 하던 중이었다. 산의 등산로 중턱에 꽤 넓은 평지에 운동기구가 있는 곳이 있다. 아이들은 그곳에 모여 있었다. 나도 다른 교사도 아이들과 그곳으로 모이고 있던 중이었다.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내 눈 앞에 **이가 달려가고, 그 뒤를 조그만 강아지가 짖어대며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강아지의 주인인지 모를 어른이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에도 저 사람은 뭐지. 저 사람은 왜 혼자 슬로인 거지?라고 생각했다. 죽을 듯이 달려가던 **이는 멀리 달려가지도 못해 이내 넘어져 울고, 강아지는 옆에서 여전히 짖고 있는 걸 뒤따라가던 어른이 잡았다. 1,2초 걸렸을까? 조용하던 숲 속이 **이 비명소리와 강아지 짖는 소리로 뒤덮였다. 몇 걸음 눈 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바로 옆에 있던 다른 교사 한 명이 바로 달려가 아이를 안고 있었다. 나도 너무 놀랐다. **이는 얼마나 놀랐을까. 개의 주인인듯한 어른은 “물지는 않아요”라며 그 순간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화가 났다. 나는 개 주인에게 다가가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목줄도 안 하셨냐고 하고는 아이가 진정해야 하니 얼른 가달라 요청했다. 너무 화가 났지만, 강아지가 눈앞에서 빨리 없어져야 아이가 진정할 것 같았다. 개 주인은 다행히 두 마리의 개를 묶어 바로 그곳을 벗어났다.

교사에게 안겨있던 **이는 벤치로 와서 앉았다. 옆에 몰려있던 아이들은 **이를 보며 너도 나도 한 마디씩 했다. 자기 이야기도 하고 좀 전에 있었던 일도 얘기한다. “그냥 예뻐서 만지고 있었는데, **이가 달려가니까 걔가 쫓아갔어”, **이는 울먹이며 “나는 무서워서”라고 하는데, 또 누군가가 “원래 개는 달려가면 쫒아 가”라고 한다. 나가 화가 나서, “사람 많은 곳에 목줄도 안 하고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이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무서운데 무슨 정신이 있냐.” 옆에 있던 교사도 강아지 주인들한테 너무 화가 난다며 한 소리했다. 성질내며 주인을 탓하는 두 교사의 말에 아이들의 대사는 쏙 들어갔다.

내가 무서운 것은 무서운 거고 두려운 거다. 그냥 그런 거다. “왜 무서워하냐, 괜찮다,” 뭐 이런 말는 집어 쳤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서워하는 상대에게 뭐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뭘 얼마나 안다고. 무섭고 두려운 사람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나. 본능적으로 움직이기 마련이고 강아지의 짖는 소리에는 더 달려가기 마련이다. 이런 아이에게 “가만히 서 있으라”는 말은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무엇 때문에 어제 기억이 다시 떠올랐는지 모르겠는데 오늘 다시 그때 일이 떠올라 화가 났다. 개 주인에게 화를 못 낸 게 남았을까.

어른들 중에도 강아지에 대한 공포가 있는 사람이 있지만, 아이들 중에는 유난히 더 많다.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이, 강아지 주인이 강아지를 지켰으면 좋겠다. 강아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비단 강아지뿐일까. 피해자를 중심으로 피해자에게 조심해라. 네가 **했으니 그렇지 않냐는 식으로 피해자를 대상화하여 검열하고 분석하고 네가 좀 더 조심하고 예방하라는 사고방식은 이제 쫌 물 건너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제목 바탕 사진은 김도아님의 그림책 머리하는 날의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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