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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붉은낙타 Apr 19. 2020

치유된 다리뼈

지난주 n번방 기사로 마음이 우울하여 기사에서 눈이 멀어지던 나는 그래도 한 번은 보고 정확히 알아야지라는 생각으로 하루 동안 내내 열심히 기사도 보고 여기저기 글을 보면서 사건을 정리했었다.(그렇게 정리하고 글쓰기로 올렸었다) 그렇게 정리했던 게 다행이었다. 찔끔찔끔 내용을 접했으면 더 우울했을 뻔했다. 그렇게 내용을 확 조사하고 읽고, 나름 내 안의 정리까지 하고 나니 다른 기사나 내용을 봐도 마음이 좀 덜 흔들렸다. 막연히 힘들어지고 괴로워지지는 않았다. 그냥 좀 떨어진 채 기사나 글을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뭔가로 힘들어질 때는 그것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정확하게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가 보다. 아래의 글은 그렇게 읽어 내려가던 여러 기사와 글 속에서 발견했던 글이다. 페북의 어느 분이 올려주셨던 글이었는데, 댓글 창에 본인이 보았던 글의 원본이라고 하시며 사진 자료를 그대로 올려 주셨었다. 사진에는 그분이 글에서 인용했던 ‘치유된 다리뼈’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다락에서 혼자 일하고 있던 어느 날 아침 나는 수도원에서 파낸 해골 상자들을 보게 되었다. 나는 곧 원시문화를 연구하느라 거의 평생을 보낸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의 강의가 생각이 났다. “가장 오래된 문명의 표시는 무엇이지요”라고 질문을 했다. 토기일까? 철일까? 연장일까? 농경일까? 그녀는 아니라고 했다. 그녀는 진실한 문명의 가장 오래된 증거는 치유된 다리뼈(대퇴골)라고 하면서 강의실의 우리들에게 뼈를 들어 보였다. 그녀는 이런 치유는 경쟁적이고 야만적인 사회의 유적에서는 절대로 찾아볼 수가 없다고 설명을 달았다. 야만적인 사회에서는 활에 찔린 관자놀이라든지 몽둥이로 맞아 깨진 두골 같은 폭력의 단서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치유된 다리뼈는 누군가가 부상자 위해 사냥도 하고 음식 갖다 주고 개인적인 희생을 해가면서까지 부상자를 돌보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야만적인 사회에서는 그런 동정을 바랄 수가 없다. 나는 교회묘지에서 나온 뼈들에서 유사한 치유의 증거를 발견했다. 나중에 크리스찬슨 박사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며 일군의 수도승들이 이 피해자들 사이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가져다준 관심이 감염된 뼈가 갈려져 열렸거나 침식되었다가 다시 치료되어 붙은 가는 선으로 오백여 년이 흐른 후 불빛 아래 나타난 것이다.

‘가장 오래된 문명의 표시’
문명이란 무엇일까. 다음 백과사전의 요약을 보면 이렇게 나온다.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 사회조직적인 발전. ‘미개’와 대응된다. 문명의 발전에 있어서 도시는 큰 역할을 했으며 그중 기술의 발전은 현대문명을 구성하는데 이바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뒤따르는 설명, ’ 미개와 대응하는 진보된 인간 생활의 총체‘ 어학사전의 내용은 ‘사회의 여러 가지 기술적, 물질적인 측면의 발전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물‘

검색에 따르면 문명이라 함은 인간의 진보적인 발전의 총제를 말하는 것 같다. 그 진보를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발전의 모습을 우리는 문명이라 말한다. 그중에서도 인류학자가 ‘가장 오래된 문명’의 표시, 그러니까, ‘문명의 시작’으로 말한 것이 바로 부러졌다 ‘치유된 다리뼈’라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 생활의 진보의 시작이 연민, 공감, 상부상조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인간이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면서 살아가면서 미개한 다른 생물체와 다른 것이 도구를 쓸 수 있다는 것외 서로 도우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는 것! 그렇다면 현대사회 우리들은 진보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나 하는 것일까. 다시 되묻게 된다.

원시시대 부러진 다리뼈가 치유되기 위해서는 현대 의학기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과 정성이 필요했을 것이다. 부러진 다리뼈가 치유될 수 있을 거라고나 생각했을까. 결과도 알지 못하는 뭔가에 힘들어하는 동료를 위해 무작정, 무한정, 무조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지속적으로 줘야만 해결할 수 있는 일 아니었을까. 글을 쓰며 그 의미를 곱씹어보니 그저 그런 좋은 글이거니 지나쳤던 순간과는 다른 의미가 무겁게 느껴진다. 문명의 시작을 거친 인류라면 그것이 우리라면 우리는 지금의 순간도 잘 지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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