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 있음
연둣빛 잎들이 반짝이는 초여름,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감미로운 영화였다. 작은아씨들을 보고 누구의 추천으로 티모시 살라메의 영화라길래 보게 되었다. 사전 정보는 전혀 없었다. 처음에 제목을 듣고 왜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달라는 거지?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난 후 이 제목은 아주 따뜻하고 로맨틱한 고백으로 다가왔다. 로맨틱이라는 말도 좀 적절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뭔가 감싸 안아주는 느낌이랄까?
때는 1983년 엘리오는 여름방학을 맞아 이탈리아 어느 도시에서 지내고 있다. 어느 날 아버지의 보조연구원으로 올리버가 오게 되고 잠시 동안 함께 지낸다. 엘리오는 올리버에게 자신의 방을 내어주고 자신은 옆방에서 지낸다. ‘누군가가 마음에 걸리고 신경 쓰이는 것’ 영화는 이를 아름다운 여름날 작은 도시의 풍경과 함께 조각조각 잡아낸다. 그 조각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워 보는 이들은 모두 분명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은 때때로 신경과민을 가져오고, 집착을 가져오고, 화를 가져오고, 질투를 가져오고, 집중을 가져오고, 욕심을 가져오고, 두려움을 가져온다. 불안과 두려움 미지의 세계에 올리버는 세련된 몸짓과 단어로 엘리오를 이끈다. 엘리오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아직은 알아가야 할 것이 많은 소년이고, 사랑과 성에 대해서도 알고 싶은 것, 모르지만 반응하고 싶은 것이 많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당황스럽고 서툴고, 감정도 알기 힘든 엘리오는 올리버의 손길에 함께 관계를 맺고 상대에게 불리는 것, 누군가의 전부가 된다는 것, 누군가가 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사와 상황 하나하나에서 ‘누군가가 마음에 걸리고 신경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올리버는 엘리오에게 일방적이지 않고, 엘리오는 올리버에게 조심스럽다. 상대가 내 마음 같이 않을까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때로 내 마음 같지 않은 것 같아 속상하고 화가 난다. 그런 감정의 섬세한 결과 오감 속에 관계는 조심스럽게 부드럽게 이어진다. 영화 속의 색채를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여름의 이탈리아 어느 도시인데, 수채화 한 폭 한 폭을 보는 느낌이 들고, 거대한 폭포 앞에서 두 사람이 여행을 하는 장면은 나의 인생의 한 지점에 선듯하다. 엘리오 인생의 ‘처음’과 그에게 손을 내민 올리버와의 ‘사랑’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하고 풋풋하게 해 준다.
시간이 흘러 하얀 눈이 가득히 내린 겨울 어느 날, 올리버의 전화를 받은 엘리오는 전화기를 통해 이름을 끝없이 되뇌고, 타닥타닥 타는 모닥불 앞에서 계속 눈물 흘린다. 영화의 마지막 씬은 그의 얼굴이 전면에 나온다. 나는 그의 눈물이 슬프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눈물과 내가 분리되어서 그랬을까. 그의 눈물 이후가 더 기대되어서 그랬을까. 그렇게 눈물 흘리는 엘리오가 부러웠을까. 생애 첫사랑과 이별을 경험하고 한없는 눈물을 흘리는 엘리오를 보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지막으로 올리버와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엘리오에게 전한 엘리오 아버지의 대사를 적어본다.
“우린 빨리 치유되려고 자신을 너무 망쳐, 그러다가 30살쯤 되면 파산하는 거지. 그러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줄 것이 점점 줄어든단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게 만들다니 그런 낭비가 어디 있니? 우리의 마음과 몸은 오직 단 한 번만 주어진단다. 그리고 니가 그걸 알기 전에, 너의 마음은 닳아 헤지고 몸도 마찬가지지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는 시점이 다가온단다. 다가오는 이들이 훨씬 적어지지. 지금 당장은 그 슬픔, 괴로움 지우지 말고 간직해 니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