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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붉은낙타 Nov 24. 2020

너님아, 봐라



2020년 9월 29일 5시경 내가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보고 있었을 때 어디선가 “뿌지직 끼익”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나는 소린가 고개를 돌리니 파란색 트럭이 한 대 보였다. 그 옆에는 나의 차. 내 차와 무슨 일이 벌어진건가 생각하던 차. 파란색 트럭은 후진과 전진을 몇 번 반복했고,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아! 이때 나는 내 차가 트럭과 부딪쳤다는 것을 알았다. 나가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트럭은 멈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걸어가는 사이 트럭은 유유히 달려나갔다. 놀란 나는 달렸다. “아저씨! 서요!” 달려가며 한손으로는 멀어져가는 차의 번호판을 찍었다. 다행히 나의 소리를 들은 주변 사람들이 트럭을 함께 세워주었다. “차를 박아놓고 왜 그냥 가세요?” 숨도 거칠었고 심지어 부르르 떨며 말하는 나의 질문에 창문을 빼꼼히 연 운전자는 토를 해대듯 소리를 확 질렀다. “당신 차 때문에 내가 박은거잖아! 에이씨. 무슨 차를 그렇게 세워! 아이씨, 신고할거면 신고해!”

하아. 버럭 소리를 지른 너님은 내가 언제 누구와 이야기했나 싶게 눈 깜짝할사이 떠났고, 하릴없이 폰만 만지작대다 떨리는 다리를 움직이며 나는 돌아왔다. 현장 사진을 찍었고, 경찰민원실에 문의를 하니 증거 사진과 함께 신고를 하시면 된다고 한다. ‘그냥 박고 가면 된다는 식으로 떠난 그 차의 당연한 잘못’임으로 신고하시면 된다는 안내를 친절히 나에게 건내주었다. 불과 몇분 전 ‘위협적인 소리’와 ‘일방적인 화’를 당한 경험 때문일까. 경찰청 민원실의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그때 나는 참 고마웠다.

신고와 처리의 절차는 생각외로 간단했다. 경찰서 교통조사과의 경찰은 명절을 앞두고 이런 일이 생겨 기분 참 그러시겠어요. 위로의 말을 건낸다. 작성을 마치고 돌아나오며 사고 경위에 ‘나에게 큰소리치며 화를 냈다’는 것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돌아가서 적어? 잠시 고민하다 돌아왔다. 너님이 운전석 창문을 빼꼼히 열고 나에게 소리칠 때 더 큰소리로 악다구니하지 못한게 못내 분했다. 미친년 소리를 들을 정도로 했어야 했는데. 그동안 나는 너무 교양만 있었던게다. 오늘의 나의 이 분함은 어쩌나. 사고 처리하고 가라고 큰소리치지 못한게, 다시 말해 더 잘 싸우지 못한 게 너무 분했다. 신고와 사고 처리로 보상을 받는 것과 별개로 자신의 빡침을 남에게 토사물 뱉듯 뱉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이 ‘너님’은 어쩌나! 복잡한 머리를 좀 정리했다. 또 다시 너님으로 대표되는 ‘너님’들을 다시 만난다면 말이야. 오늘 같지는 않을 거야.  

1. ‘위협하는 누군가가 있을 때’ 오늘 너님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봐야 했었는데 말이야. 그걸 못했네. 니가 거기 있어서 내가 쳤다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눈싸움에서 진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니, 눈싸움도 아니지 나는 눈을 쳐다보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2. 달려가는 트럭에 대고 사진을 찍다니 동영상을 찍었어야 했는데. 평소에 영상이 익숙하지 않으니 꼭 필요할 때 반응이 안된다. 너님의 목소리를 담았어야 하는데. 기다려라. 다음엔 동영상이야.

오늘로 깊이를 모르고 아래로 아래로 치닫기만하는 나의 선입견과 편견의 역사에 또 하나의 확실한 획을 긋는다. 지역과 성과 나이. 나의 선입견에 뒤통수를 쳐 줄 일상은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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