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날이 있다. 새해면 달력들을 주욱 훓어보고 주말과 낀 연휴를 확인하는 일, 마음 먹고 떠날 어떤 날을 손꼽는 일, 며칠 있다 만날 누구를 생각하게 되는 일, 그 누군가와 함께 먹을 음식을 떠올리는 일, 그런 것들을 떠올리며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질 때가 있다. 기다리는 일이 행복해지는 순간. 누군가를 떠올린다. 그와 관련된 뭔가를 떠올리고, 순간을 즐길 뭔가를 준비한다. 때로는 홀로 볼 영화나 읽을 책을 고르거나, 떠날 장소를 예약하거나, 숙소를 예약하는 일, 가는 길은 어떤지 장소는 어떤지 찾아보고 먼저 간 이들의 추천을 듣고 뒷얘기를 든곤 하는 일은 설렌다.
휴가도 지나고 코로나로 발목이 묶인지 오래다보니 크게 기대할수 없는 날들이 많지만 다음 달에 엄마 생일이 있다. G의 말마따나 살다보니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날은 사랑하는 사람의 생일이다. 제일 기뻐야 할 날도 생일이다. 가장 좋아야 할 날도 생일이다. 이유는 없다. 누구도 아닌 그 사람의 생일이니까. 네가 이 지구에 태어난날이니까. 엄마 생일날 뭘 할까 생각하다 뭘 만들어 먹고 싶은데 생각이 나질 않았다. 엄마가 뭘 좋아할까 생각을 할라치면 머리 속에는 엄마의 잔소리가 자꾸 방해를 한다. ‘씰데없이’ ‘말로 와! 집에 아-들이나 권서방 먹을거나 해주고 있어라’ ‘가스나가 참 겁도 없는기라’
그동안 소식없이 불쑥불쑥 집에 가는 날이 좋았다. 불도 켜지 않고 TV화면만 환한 집안을 들어가면 절룩이며 아빠가 한걸음을 옮기고 엄마는 깜짝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지. 그렇게 들어가 아빠도 품에 안고 엄마도 품에 안으면 좋았다. 엄마 아빠의 미소를 보는 일도 좋았고, 방바닥을 걸레질하며 한마디씩하는 엄마의 잔소리도 좋았다. 아빠가 아픈 뒤로는 짐이 되는 식구들 버리고 그냥 나혼자 다녔었다.
이 생각 저 생각 한참을 옮겨가다 그렇게 생각이 나질 않았는데, 어제 누군가의 글을 보다가 ‘애호박만두’가 보였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 애호박과 호두만 넣었다는데 너무 맛있다는 말과 함께. 부드러워서 엄마도 좋아할것 같았다. 퇴근해서 보니 여러 레시피들이 있다. 근데, 어떤 레시피로도 맛있을거 같다. 집에서 다시물을 내리고 재료를 준비하고 빠진 거 없이 후루룩 챙겨 새벽같이 떠날거야. 엄마 아빠는 이른 아침을 드신 후겠지. 느즈막히 도착해 아빠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고 만두를 만들어야지. 뜨끈한 만두국 같이 먹을 엄마의 생일을 생각하니. 그날이 너무 기다려진다. 천천히 먹고 언제 치울지 걱정없이 이야기를 나누다 엄마 아빠가 즐겨보는 드라마라도 봐야겠지. 줄거리도 전해듣고 누가 누군지 물어보고 말이지. 그러게. 그렇게 재미난 생각을 이제야 하다니. 오늘부터 난 준비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