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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 Jan 13. 2023

걱정이 많으신가요

내가 바쁜 이유

걱정이 많은 편이다. 살며 짊어져야 하는 위험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니고 중요한 결과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잔걱정이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으면 걱정이 없겠네.  <티베트 속담>     


지인들을 포함하여 여러 경구나 글들에서는 걱정을 하며 사는 것은 쓸모없는 에너지 낭비이니 걱정을 버리라 한다. 심지어 점쟁이에게도 들었다. 버리란다고 쉽게 버려지는 거였으면 왜 걱정들을 안고 살까 싶다.



걱정의 종류는 다양하다. 저녁 메뉴, 가족들의 건강과 같은 일상적인 것부터 기후 위기, 이웃 나라의 난민 아이들에 대한 범지구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머릿속은 늘 걱정들로 빼곡하다.  

   

그런 걸 뭐 하러 신경 써.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무심한 듯 쿨한 발언 앞에 나는 좁쌀만 한 존재가 되고 만다. 대범하고 의연하게 문제와 직면 또는 외면하고 싶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멈추기가 쉽지 않다. 어렸을 때는 내 일에만 신경 쓰면 되었는데 가족을 이루고 나니 걱정이 몇 배로 불어났다.



아무리 시간이 많아도 소파에 여유롭게 앉아 TV를 보거나 낮잠을 즐기지 못한다. 정적인 시간이 주어지면 스멀스멀 기어들어오는 여러 잡생각들에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안일이든 운동이든 시간을 단위로 끊어 분주하게 보낸다. 명상은 힘든데 책에는 몰입하기 쉽다. 갖가지 정보와 이야기에 빠져들어 활자로 둘러싸이면 마음은 한없이 평화로워진다.




이제는 여러 걱정 중에 한 가지 걱정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걱정이 많은 나를 걱정하는 것.

다른 사람이 되려 애쓰던 마음을 접고 이렇게 생겨 먹은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걱정은 주변을 살피는 섬세함이라고, 그 덕분에 덜렁대는 성격에도 많은 것을 챙길 수 있었다고 말이다.

돌담을 쌓을 때도 큰 돌만으로 견고하게 쌓기란 불가능하고 자갈과 모래가 필요하다며 나의 쓸모를 찾아 정신승리했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지만 걱정이 삶의 동력이 되어 지금까지 잘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꾸준히 걱정을 하고 살았기에 이제는 걱정을 잘 다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의를 위해 사소한 일들은 과감하게 지나칠 수 있는 삶은 다음 생에 기약하고자 한다. 먼 곳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지금은 내 앞의 일들에 충실하며 다음 단계를 잘 준비하겠다. 더딜지라도 신중히 계단을 오르다 보면 내가 바라보던 지점에 가까이 갈 수 있겠지.





*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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