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개 짖는 소리
출산 과정 중 뜻하지 않게 간호사와 싸운 일(?)이 있었어요 . 사건의 시작은 이랬습니다. 출산 중인 아내가 분만실에서 힘들어하고 있던 상황이었고, 간호사는 나에게 아기 탯줄을 직접 자를 건지에 대해 물었죠. 저는 이미 아내와 상의한 내용에 따라 탯줄을 자르지 않을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순간 간호사는 나에게 남편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남편이 함께 출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당연히 탯줄을 잘라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이야기를 쏟아내며 나를 질책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상의를 해서 탯줄을 자르지 않기로 했는데 도대체 왜 저러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순식간에 나쁜 남편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저는 탯줄을 직접 자르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번 일로 인해 간호사에 대해 편견이 생긴 건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한 분의 간호사는 너무 친절하고 믿음직해서 다음에도 출산을 부탁드리고 싶을 만큼 좋은 분이었죠.
임신기간 동안 우리 부부는 출산의 순간과 관련된 이야기를 가끔 나누곤 했습니다. 그 중 자주 했던 이야기가 남편이 탯줄을 자르는 것과 분만실에 함께 들어가는 것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아내는 두 가지 모두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 즉 남편이 분만실에 들어오는 것도 싫고 탯줄을 자르는 것은 더욱 싫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유는 이랬습니다. 출산은 감격의 순간임이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내가 여자로서 가장 보이기 싫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는 것이죠. 간혹 남편이 분만실에 함께 들어가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탯줄까지 직접 자른 후에 트라우마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으로 인해 아내가 더 이상 여자로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죠. 부부관계를 하려고 하면 출산 당시의 순간이 떠올라 관계를 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들을 이야기하면서, 아내는 출산 후 모든 상황이 정리된 상태에서 남편인 나를 맞이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아내의 그러한 입장을 존중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분만실에 들어가거나 탯줄을 자르는 것 등 출산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눈 편이라고 말했었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들이 대부분 이루어졌고, 그 덕분에 출산 당일의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나름대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상한(?) 간호사의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죠. 출산의 순간이 다가오면 생각보다 훨씬 정신없고 머리가 멍해집니다. 그래서 출산 초반에는 다소 냉정함을 잃을 수도 있고, 평소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고민과 선택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부부 사이에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