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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림 Jan 12. 2021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어린 의뢰인' 아동학대는 범죄.

항상 어른들은 후회만 하는구나.

아동학대는 일 년에 평균 2만 건이 넘도록 접수되며, 해가 거듭할수록 그 수는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아동을 학대한다.' 이 말은 자신보다 약한 존재, 자신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어린아이를 자신의 기분에 따라 물리적 폭행을 가하거나, 언어로 마음에 폭력을 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아동학대는 계모 혹은 입양, 더 나아가 친부모에게서도 일어난다고 한다. 그리고 어린이를 보호하는 기관에서도 빈번히 발생하는 것을 우린 뉴스로 접한다.

11년도에 개봉했던 '도가니'와 13년도에 개봉한 '소원' 이 두 편의 영화를 볼 때도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이 격해져 한동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될 수 있으면 아동학대 관련 영화는 잘 보지 않는다. 피해도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진실은 언제나 불편하기 때문이다.


19년도에 개봉했던 영화 '어린 의뢰인'을 접하게 된 건 작년 남편과 함께였다. 배우 '유선'을 보고 선택한 영화라 내용도 잘 몰랐다. 만약 알았다면 내가 과연 봤을까 싶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감정 이입이 쉽게 되어 보기 힘든 주제의 영화였다. 역시나 우린 영화를 보는 내내 화가 치밀어 올라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자신보다 어리다고, 자신보다 약하다고, 자신이 아니면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를 대며 행할 수 있는 무차별적인 폭행! 하지만 법은 아이를 구하지 못했고, 어린아이는 너무 쉽게 생을 마감했다. 또 남은 한 아이는 살인자의 누명을 쓰게 되었다.

악마는 따로 있는데, 매스컴은 천사를 악마로 만들었고 사람들은 쉽게 그 유혹에 넘어갔다.


정인이 사건을 보며 내용 구성은 다르지만 아동학대를 다룬 영화 '어린 의뢰인'을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봐야겠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타인보다 한 지붕 아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어쩌면 가장 가까운 존재는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알게 된 건 이 영화는 2014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했던 '칠곡 계모'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였다.

평소 '유선' 배우를 좋아하는 편이라 영화를 선택했지만, 계모로 나오는 유선은 영화 속에서 소름 끼치는 모습으로 보인다. 특히 아이를 학대하기 전 검정 고무줄을 힘껏 잡어 당겨 머리를 묶던 그 습관적인 행동은 얼마나 소름이 끼치던지.

영화를 촬영하며 아역배우들은 괜찮았을지 사뭇 걱정되기까지 했다. 영화를 본 후 인터뷰를 찾아보니  아역배우들에게 혹시라도 트라우마가 생길까 봐 심리치료를 함께 병행하며 촬영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출처 : 네이버 영화

극적 전개를 위해 모든 게 100% 일치하진 않겠지만, 영화를 본 남편과 난 오랜 시간 부아가 치밀어 올라 혼쭐이 났다. 영화의 후반 재판 결과 앞에서 계모가 "내 새끼 내 마음대로 한다는데, 니들이 왜 지랄이야!"라는 식에 대사를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저리도 잔혹할 수 있을까. 영화의 내용을 좀 더 깊게 글로 기억해 본다.


아저씨 엄마는 어떤 느낌이에요?

엄마 없이 친부와 함께 살던 어린 남매 '다빈'과 '민준'에게 어느 날 계모가 생겼다. 처음엔 여느 엄마처럼 그저 따뜻했다. 하지만 계모의 본성은 금세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약하게 시작한 폭행은 날로 심해졌고 이웃들에게 들리는 소리는 빈번히 그리고 자주 일어났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충분히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었음에도.

출처 : 네이버 영화

날로 심해지는 계모의 폭력에 다빈과 민준은 사회복지사 정엽을 찾아간다. 하지만 정엽은 로펌에 변호사가 될 절호의 기회. 다빈과 민준의 도움을 뿌리친다. 그사이 아이들은 점점 더 가혹해지는 계모의 폭력에 노출된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 민준이 장 파열로 결국 숨지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계모는 자신의 모든 잘못을 누나인 다빈에게 돌리고 만다. 도대체 어디까지 계모의 악행이 이어질 것인지 나는 영화를 보면서 화가 나고, 눈물이 터져버렸다. 이사실을 뉴스로 알게 된 정엽은 마지막 만남, 아이들의 목소리 그 뿌리침을 깊이 후회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밝혀내겠다고. 이제 10살인 다빈이에 무죄와 오히려 아동학대 피해자였음세상에 밝히기 위해 변호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계모의 악행을,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 최선을 다해 달려간다.


엄마가 한대 쥐어박았다고,
경찰에 신고나 하고 요즘 애들 무섭다 무서워......


나는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 자막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웠다. 천명 내외였던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만 명, 이만 명 그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 처벌을 받기보다 집행유예 혹은 벌금형에 그치거나, 아동학대가 아닌 가정불화 혹은 훈육으로 종결 처리된다. 아이들이 감당해야 할 학대 속에서 얼마나 무섭고 아프고 괴로웠을지 감히 짐작도 하기 어렵다. 내 아이가 넘어져 다치기만 해도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이 부모인데, 어떻게 그 어린아이들을... 글을 쓰면서도 내가 혹시나 쉽게 키보드를 두들기는 건 아닌가 조심스러워진다.

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방 한구석에서 따뜻한 어른들의 도움에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결과 없는 신고들은 그 후 오히려 아이들에게 더 가한 학대로 이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가끔 불편한 진실 앞에 쉽게 숨어버릴 때가 있다. '내가 아니어도 해결해 줄 사람이 있겠지!' 하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한다면 과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이라도 존재할 수 있을까.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조금은 더 민감하고, 혹시나 하는 관심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심코 지난 그날이, 별일 아니라고 생각한 그날이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희망의 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문득 아이와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이 났다.


"엄마, 우리의 인격도 소중한 거죠? 선생님이 아이들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하셨어요!"


"맞지! 인간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엔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어. 모든 인간은 존중받아 마땅한 생명이니까!"


일 년을 살았든, 서른이 넘었든, 흰머리 백 살 노인이 되었든 우린 모두가 인간 존엄성 앞에 평등하다 생각한다.

부디 더 이상은 어른들 때문에 한없이 약한 존재인 아이들의 '소중한 존엄성'이 무시당하는 폭력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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