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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림 Apr 06. 2021

인기 좀없으면 어때!싸가지 없어도괜찮아!

인생 답이 있긴 한 가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운이 좋게 바로 취직을 했다. 집에 쓰고 있던 칫솔 회사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원한 회사였는데 바로 그 회사에 내가 합격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합격의 기쁨은  그렇게 오래가진 않았다.


나는 비서로 입사해 총무 업무를 하다 일 년 만에 인사팀으로 발령이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잘해서 인사팀으로 발령이 났다기보단, 비서에 맞지 않았을 것이고 새로운 인력 충원보단 기존 직원에게 업무 인계를 하는 것이 아마도 더 효율적이라 생각해서 내게도 기회가 왔던 것 같다.

확실히 비서 업무보다는 인사 업무가 더 재미있었고 결과를 보여 줄 수 있었기에 성취감도 컸음을 느꼈다.


비서도 전문직이다.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그때 당시 비서업무는 CEO의 스케줄, 손님맞이  및 전화 업무와 총무 업무를 주로  했는데, 가장 어렵고 두려웠던 업무가 바로 전화응대였다. 비서의 'ㅂ'도 몰랐던 상태에서 전화가 울리는 소리가 들리면 가슴이 벌렁거리고 입이 바짝바짝 말라버렸다. 또한 업무와 관련 없는 영업원들의 회사 출입도 비서인 내가 통제 관리해야 하는 자리에 있었기에 그때는 사람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긴장의 연속이 었던 것 같다.


지금이야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고 아줌마의 오지랖이 지나치게 발동 하지만 풋풋한? 20대만 해도 낯가림도 많고 싫은 말도 못 하는 반 쭉쟁이였다.


한 날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말들로 귀가 멍함을 느끼게 되었다.

수화기 너머로 말을 계속하는데 알아들을 수도 없고 귓구멍에 솜을 틀어막았는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등에선 식은땀까지 쭈르륵 흘렀다. 그것은 바로 중요한 외국 바이어에 전화였다. 그 사건으로 상사에게 욕이란 욕은 진탕 먹었던 기억이 난다. 화장실로 가서 한동안 울었다. 나 자신이 너무 창피했고 부끄러웠다.


그 후 매일 아침 출근길은 지옥으로 가는 터널처럼 느껴졌고 동료와 상사들과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마치 내 욕을 하는 것 같은 착각까지 느껴졌다.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배가 아파왔다. 운이 좋은 건지 몇 달이 지나 인사팀 대리가 퇴사를 앞두게 되었면서 급하게 인사업무를  인계받으며 자연스럽게 업무가 바뀌게 되었다.

처음 시작은 모르는 것 투성이었고 어려운 단어들에 서툰 엑셀과 프로그램들이었지만, 나에겐 더 맞는 일이었음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또 다른 변수가...


한 달에 급여를 정산한다는 건 '연장수당, 연차, 퇴직금, 4대 보험' 그 외 특이사항이 많은 업무다. 적어도 급여지급 2일 전에는 결재가 완료돼어야만 하는데 하필 이 회사의 급여 일이 5일이었다. 말일이 끝나면 각 영업팀에서 자료 취합 후 넘겨주는 시스템이었는데 그 자료가 내게 와야 하는 날은 매월 초 1일 늦어도 2일... 그럼 급여 작업하고 결재 올리려면 늦은 자정에 퇴근하는 날이 수두룩했다.


그때 당시 한 달 급여 인원이 300 명 이상이었기에 월급 때만 되면 긴장의 연속!!

그러니 난 점 점 나의 일을 실수 없이 해내기 위해 기준을 세우고 날카롭게 일하게 되었다. 어느 날 급여 작업하는데 삼삼오오 퇴근 후 술 한잔을 기울이면서도 나를 불러주는 이가 한 명도 없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 들려온 동료의 뒷담화... '재미없고, 일밖에 모르는 사람!' 반박할 수 없었다. 사실이니까!

일은 실수 없이 잘 해냈지만 주변에 사람은 사라졌다. 그때를 회상하면 엄청 외롭고 힘들었다. 급여 마감을 하고 나면 허탈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결국 3년을 다니고 그만둔 회사지만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며 나를 찾아주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일을 묵묵히 잘 해내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한 가지를 포기하라고 한다면 그때와 똑같이 일을 선택할 것이다. 내가 한 일에 대해서 인정 못 받고 욕먹는 게 싸가지 없다는 소리 듣는 것보다 더 싫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수많은 회사를 거쳐왔고 지금은 새로운 꿈을 위해 그만둔 백수지만!!

아직도 나를 찾는 전 직장의 사장님과 동료들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었던 첫 직장에서 사귄 두 명의 친구는 절친이 되어 12년 넘게 함께 하고 있다. 그때는 힘들고 싸가지없다는 소리를 들으며 일했어도 결국 돌이켜보면 지나온 나의 경력과 발자취에 밑거름이 되었다 생각한다. 그래서 난 앞으로도 내 일을 열심히 해내기 위해 집중하고 싸가지없게 앞으로 나갈 생각이다.


사람에게 싸가지없지 말고, 일의 책임을 지기 위해 우유부단하기보단 미움받을 용기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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