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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림 Jul 10. 2021

1년 365일 한결같은 당신

마음의 메모

없으면 안 되는데, 또 함께 있어서 소중함을 모른다.

없으면 안 되는데, 또 함께 있어서 간절함을 모른다.

없으면 안 되는데, 또 함께 있어도 좋은 줄을 모른다.


함께 걸었던 그 날

매일 한결같이 잔소리로 시작해 잔소리로 끝나는 당신.


무엇이 그리 걱정이고, 어떤 게 그리도 불안한지.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나이 마흔이 되어가도 언제나 처음처럼 똑같은 말로 나의 귀를 애태운다.


걷기 시작하니,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까 걱정의 잔소리를 하셨다.

뛰기 시작하니, 기관지가 약하다며 숨넘어갈까 걱정의 잔소리를 하셨다.

어른이 되니, 사람 잘 못 사귀어 혹시라도 상처 받을까 걱정의 잔소리를 하셨다.

결혼하니,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할까 걱정의 잔소리를 하셨다.

엄마가 되니, 손녀딸 엄격하게 키워 어디 가서 기도 못 펴게 할까 봐 걱정의 잔소리를 하셨다.

그렇게 일 년 365일 잔소리를 하시는데 어느 순간 내 목소리가 엄마의 목소리를 이겨 먹고 있음을 발견했다.


자꾸만 나에게 지고,

자꾸만 나에게 양보하고,

자꾸만 나에게 조용히 이해를 바라는 모습을 엄마에게서 보았다.

그걸 알면서 나는 더 이겨 먹으려고, 더 양보해 달라고, 앞으로도 이해해 달라고 엄마에게 투정했다.


내가 어른이 되어가고 나이가 들수록,

엄마는 작아지고 아이가 되어 간다는 걸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엄마를 모시고 살아서 힘든 나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와 함께 살아서 힘든 엄마도 있음을 알면서

모른척했다. 그래도 한결같이 잔소리로 엄마의 사랑을 엄마의 존재를 우리에게 계속 알려주신다.

들을 땐 쓰지만 지나고 나면 보약 같은 존재! 자식이기에 받아들이는 엄마의 꽃소금 잔소리!

생각해 보니 나도 내 딸에게 꽃소금 잔소리를 퍼붓고, 쓴 보약을 들이켜게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엄마니까, 엄마이기에 할 수밖에 없는 그 말들이 하는 사람에겐 걱정의 조언이요, 듣는 사람에겐 쓰고 짠 잔소리가 된다. 그래도 괜찮다. 함께 향하는 인생의 길에서 우린 엄마와 딸, 그 이상의 동지애가 있으니까.

한 시간 전에 싸워도 마주치는 눈빛에 언제 그랬냐는 듯 한바탕 웃음을 쏟아내는 우린 엄마와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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