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여필종부(女必從夫)가 답?
나는 이 두 부부를 남편과 아내의 입장에서 먼저 관찰을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전여사의 승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 남편 중에 아내말을 존중하여 자신의 의견을 뒤집는 남자를 난 잘 보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보다 사회적으로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아내를 늘 무시해야 남자의 위신, 남편의 위신이 선다는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남자들을 훨씬 많이 보아왔다.
똑똑한 남자에 대한 우리나라식 정의는 일단 고시패스한 사람과 해외에서 취득한 박사학위로 유명대학 교수직에 있는 이들. 잘 나가는 남자는 대기업의 임원을 하거나 자수성가하여 자신의 기업을 일군 이들이다.
물론 이렇게 단편적으로 정의하는 건 내 주위의 인물들이 보통 그런 스펙을 가진 남성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절대 일반화하는 건 아니다.
대체적으로 똑똑한 남자는 어릴 적부터, 학교에 다닐 때도 사회생활 했을 때도 절대적으로 대우를 받고 살아왔기 때문에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서도 그렇게 대우받으며 살아야 한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래서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내를 비서취급하거나 부하직원 취급하는 교만한 행동이 몸에 익어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당사자는 모르기 때문이다.
잘 나가는 남자 또한 비슷한 행동유형을 보이는데 돈을 많이 벌어다 준다고 아내의 씀씀이에 대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을 자주 한다고. 그래서 전업주부인 사모님들은 맞벌이로 돈은 벌지만 고생하는 친구들에게 절대 직장을 그만두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돈 못 벌어 본 주제에..."
"언제 당신 돈으로 한 번 살아보나"
"당신도 나가서 돈 좀 벌어봐"
등등
결혼 때 직장을 그만두게 한, 남편으로서 한 가정을 책임지는 것이 당연한 도리로 여겼던 시대였는데 이렇게 3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하고 아내로서 가정을 돌봤지만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을 갖춘 남편들은 아내를 저런 말로 속상하게 한다고.
김후여사는 피아노전공이라는데 오랫동안 맞벌이를 한 것 같진 않다. 나는 그것까진 사실 잘 모른다.
영부인이 된 이후 미디어에 노출되는 모습은... 김전여사와 대비되는 모양새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전여사는 어디서든 제대로 자신의 개성을 의상과 보석치장으로 보여주었다. 만약 남편이 자신의 위신(?)과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부인의 본질을 변화시키려 했다면 아마 보여줬던 김전여사의 모습은 김후여사의 개성 없는 우아함으로만 채워지지 않았을까?
남편에게서 자신만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당당히 나서는 모습은 정말 부러울 따름이다. 남편의 영향력 아래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아야 아내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는, 우리 사회의 묵은 가정 내 위계를 여전히 보여주는 언론.
그리고 그 언론에 길들여져 여자로서의 아내역할이 저래야 한다고 교육되는 꼴이라니. 젊은 MZ세대 여성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그녀들의 표는 김전여사일까 김후여사일까
우리 이후 세대는 이제 양성평등적인 사회에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대로 보고 판단하고 인지해서 맹목적으로 살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오늘 읽은 책에 나온 단어. 맹목(盲目)의 뜻: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